조심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완연한 봄기운에 자연은 생동한다. 나무엔 수액(樹液)이 찰대로 찬다. 위장병 치료와 남자에게 좋다는 고로쇠물은 경칩 무렵부터 나지만 이뇨작용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거자수는 곡우 때 절정에 이른다. 지리산 남악사에선 예로부터 곡우에 조정 제관이 산신에게 거자수를 올리고 국태민안을 비는 약수제를 올렸다고 하거니와 요즘도 이를 이어받아 남악제를 지낸다. 거자수는 자작나무에서 나는 물이요, 또 박달나무에서도 물이 나온다. 곡우에 먹는 물, ‘곡우물’이다.
바다에선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참조기가 태안반도 앞 격렬비열도 근처에 몰려든다. 이때 잡아 말린 것을 ‘곡우살이’ 혹은 ‘앵월(음력 3월)굴비’라고 해 굴비 가운데서도 최상품으로 친다. 어민들은 늙은 살구나무에 꽃이 피면 참조기가 알을 낳을 때라는 것을 알았다. 정확하게 때맞춰 몰려드는 조기를 보면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조기만도 못하다’고 욕을 했다.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겠다 약속해놓고 흔드는 것을 보면 ‘조기만도 못한’ 사람 참 많다.
곡우는 이처럼 긴 겨울 어둡고 차가운 기운을 걷어내고 따스한 햇살 속 천지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시기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세종시 법적 지위 문제 등으로 유독 어수선하고 심란하게 시작된 올 봄. 이제부터라도 혼란스럽고 불안하던 터널에서 벗어나 봄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나흘 뒤면 안면도 꽃지에서는 꽃잔치가 열린다. 그 꽃에 실컷 취했으면 싶다. /안순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안순택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