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환영받지 못한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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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환영받지 못한 스승의 날

[중도시평]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 승인 2012-05-15 14:34
  • 신문게재 2012-05-16 20면
  • 김형중 지방부장 부국장김형중 지방부장 부국장
▲ 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 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고교시절 가을 어느 날이었다. 잘생긴 외모의 한 국어선생님의 수업시간이었다. 수업을 하다가 집중이 되지 않자 선생님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낙엽이 나뒹구는 창밖을 보라시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고엽'이란 노래였다. 잔잔하면서 감미롭기까지 했던 음율은 36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여고였으면 여학생들이 넘어지고 난리를 쳤을법한 분위기였다. '박박' 민 까까머리에 딱딱한 감성을 갖고 있던 그 시절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국어시간이 너무나 멋있었고 우리의 감성에 얼마나 큰 영향의 줬는지 나중에야 알게 됐다. 적어도 그 분위기의 수업시간은 내 가슴속에는 평생 남아있다.

누구나 학창시절의 추억은 다 있다. 그것이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든, 슬픔으로 남았든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 가운데에는 잊지 못할 선생님이 자리하고 있다. 역시 선생님들도 수많은 제자중에 애증이 많이 갔었던 제자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한다. 필자는 '스승과 제자'란 제하의 스승과 제자들의 이야기를 2년간 연재한 적이 있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모범생이었거나 사회에서 잘 나가고 있는 제자들은 대부분이 스승을 잘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학창시절 선생님의 속을 썩이고 힘들게 했던 제자들은 자주 은사들은 찾는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특히 방황하던 학창시절 자신을 바르게 인도했던 선생님과는 대부분 인연을 맺으면서 인생의 멘토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평생 평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신 한 선생님은 아직도 스승의 날이 되면 몇 십 명의 제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전직 교사인 이 선생님은 그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며칠전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면서 스승과 제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교사들의 직업만족도가 갈수록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학부모들의 스승의 날 선물에서 교사는 23%이고 학원강사는 40%의 선물을 한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한국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대전 163명, 충남 106명, 충북 89명을 비롯해 전국 유ㆍ초ㆍ중ㆍ고 및 대학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인식 설문조사 결과에서 교사들의 직업만족도는 갈수록 하락한다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학부모들이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사회와 학생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사들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교원의 사기와 교직 만족도도 최근 4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 및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됐는가'라는 질문에, '떨어졌다'는 답변이 81%에 달했다. 이유는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라는 응답이 29.8%로 가장 많았고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 22.6%,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 21.1%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달 23일부터 4일까지 인터넷쇼핑몰인 신세계몰을 통해 30, 40대 고객 5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스승의 날 가장 선물하고 싶은 대상으로 학원강사를 40%로 꼽았단다. 학교 담임교사라는 응답은 학원강사의 절반 수준인 23%에 그쳤다. 어린이집 교사도 12%나 나왔다. 이유로는 사교육열풍이 거세다는 반증이고 촌지논란 등이 이유로 스승의 날에 휴교를 하거나 선물을 받지 않는 학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왠지 씁쓸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들이 훈육을 포기한 것은 아닐게다. 하지만 올바른 훈육을 하기에는 너무 척박한 조건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교육계 일부에서는 훈육이 구시대의 악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훈육의 궁극적인 교육목적은 외적 규제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름으로써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배척하기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분석이다. 지금이야말로 교육적 전통인 훈육을 제대로 해야 할 때다. 사회만 탓하면서 교사가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그래야 교권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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