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지역방송을 위한 변명과 기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재영]지역방송을 위한 변명과 기대

[수요광장]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3-09-24 14:53
  • 신문게재 2013-09-25 21면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역방송 시청자 규모가 가장 클 때가 명절 아닌가 싶다. 이번 추석에는 전국적으로 3500만 명이 귀성한 것으로 추산됐다. 가히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릴 만하다. 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움직인 이들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던 한 번쯤 지역방송을 접했을 게다.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태반은 역시나 혹은 여전히 촌스럽구나 하고 느꼈으리라. 누군가는 왜 인기 있는 전국 프로그램 대신 재미없는 지역 프로그램을 내보내느냐고 볼멘소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고 악공은 악기를 탓하지 않는 법이다. 지역방송사도 시청자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에서 먹고살며 자식을 키우는 우리라면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지역방송 프로그램이 별로인 이유는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다. 국가기간방송인 KBS의 경우 서울에 본사가 있고 대전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 18개 지역방송국이 있다. 그런데 이들 18개 지역국의 1년 제작비 총액은 본사에서 만드는 대하드라마 한 편의 1년 치 제작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과 지역 간 인력 불균형도 대동소이하다.

물론 인력과 제작비가 풍부하다고 반드시 질 높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 같은 문화콘텐츠는 적은 인력과 제작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하물며 매일 방송하는 뉴스도 조명이나 세트, 앵커의 의상과 메이크업 수준에 따라 화면의 세련미가 180도 달라진다.

지역방송이 어렵단 얘기는 어제오늘 듣던 소리가 아니다. 이젠 나아질 때도 됐을 법한데 아직 사정은 녹록지 않다. 지역방송이 처한 구조적 제약 때문이다. 방송사는 두 가지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 하나는 시청자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 시장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이들 시청자를 광고주에게 팔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경영이 안정화되기 위해선 시청자와 광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선순환 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자족 기능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큰 비용을 들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경영 압박이 가중된 탓인지 유독 지역민방에서는 천민자본주의적 행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TJB에서는 지난해 3월 언론사로서 금기시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이 위협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주총회를 통해 회계감사와 재무결산이 별 문제없이 승인된 나흘 뒤 최대주주인 우성사료가 특별감사를 전격 실시한 것이다. 상법상 TJB는 주식회사로서 감사를 두게 돼 있고, 특별감사가 필요하다면 TJB의 감사가 이를 담당하는 게 정석이다. 우성사료 감사실은 TJB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법적 근거도 없이 대주주의 월권행위가 이루어진 셈이다.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 통상 경찰이나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조사도 그 목적과 방식, 시기 등을 사전에 통보하나 우성사료의 특별감사는 이런 절차 없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전형적인 부당 감사로 방송사 경영을 대주주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조치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TJB는 민영방송이라는 속성상 이윤 추구를 지상과제로 삼기 쉽다. 지역을 서울에 종속시킨다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면서 수도권 방송사인 SBS의 중계소 역할에 그친 것도 그 맥락에서다. 심할 경우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개연성마저 있다. 정체성은 일상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극한적인 상황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생존 자체가 버거워도 스스로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지역방송의 존재가치가 희미해지는 세상이라 해도 지역방송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지역성이란 가치가 유효하다는 뜻이다.

다행히 국회에 계류 중인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제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별법 하나로 지역방송을 벼랑 끝으로 내몬 구조적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활로를 찾기 어려웠던 지역방송에 터닝포인트로 작용하리란 기대는 가져봄직 하다. 이제 공은 지역방송에 넘어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산 탑정호, 500실 규모 콘도미니엄 현실화 '청신호'
  2. [총선리포트] 양승조·강승규, 선거유세 첫날 '예산역전시장' 격돌한다
  3. 내년 폐쇄 들어가는데…충남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어디로?
  4. 한 총리, '의료 현장' 수습 총력… 충남대병원과 간담회
  5. KAIST 물리학과 채동주 씨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할 수 있는 세상, 가장 쉽고 빠른 방법 투표"
  1. 에너지연 신동지구에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 준공
  2. [중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4·10 총선 지역밀착형 기사 발굴 호평… 웹 접근 편의성 강화 필요성 지적도
  3. [대전 다문화]대전시가족센터서 ‘다문화 어린이 학습지원 사업 설명회’
  4. 美 프레스비테리안 대학 넬슨교수 한남대 총장 예방
  5. [대전 다문화]대덕구 여성단체협의회, ‘전통 장 담그기’ 개최

헤드라인 뉴스


[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대전유성호텔이 이달 말 운영을 마치고 오랜 휴면기에 돌입한다. 1966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유성호텔은 식도락가에게는 고급 뷔페식당으로, 지금의 중년에게는 가수 조용필이 무대에 오르던 클럽으로 그리고 온천수 야외풀장에서 놀며 멀리 계룡산을 바라보던 동심을 기억하는 이도 있다. 유성호텔의 영업종료를 계기로 유성온천에 대한 재발견과 보존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유성온천의 역사를 어디에서 발원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온천지구 고유성 사라진 유성 대전 유성 온천지구는 고밀도 도시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 평균 재산은 13억 5000여만원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 평균 재산은 13억 5000여만원

대전시장 등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의 평균 신고 재산은 13억 4822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전시는 2024년도 정기 재산 공개 대상자 97명에 대한 재산 변동 내역을 28일 관보 및 공보에 공개했다. 이 중 정부 공개 대상자는 29명, 대전시 공개 대상자는 68명이다. 재산이 증가한 공직자는 62명, 감소한 공직자는 35명으로 분석됐다. 재산 총액 기준 재산 공개 대상자의 71.1%(69명)가 10억 원 미만의 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재산변동 사항을 보면 재산증가액 5000만 원 미만이 31.9%(3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진격의 한화이글스… 안방 첫 경기 승리 기대
진격의 한화이글스… 안방 첫 경기 승리 기대

한화이글스가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면서 29일 예정된 대전 홈 개막전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돌아온 괴물' 류현진이 안방에서 팬들에게 화끈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올 시즌 첫 개막전에서 LG트윈스에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27일까지 3경기 연속 연승가도를 달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탄탄해진 선발진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선발부터 흔들리며 이기던 경기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한화이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입증하고 있다. 펠릭스 페냐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 ‘우중 선거운동’ ‘우중 선거운동’

  • 대전과 세종에서 합동 출정식 갖는 충청지역 후보들 대전과 세종에서 합동 출정식 갖는 충청지역 후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