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만과 편견'·SBS '펀치'… 드라마, 검사를 해부하다

  • 핫클릭
  • 방송/연예

MBC '오만과 편견'·SBS '펀치'… 드라마, 검사를 해부하다

정치검사 vs 열혈검사… 개연성 무기로 극적 재미 극대화 "검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진짜 센 놈 못 잡아"

  • 승인 2014-12-17 10:43
글발이 통쾌하다. 반전은 짜릿하다. 그리고 연기와 완성도가 멋지다. 검사의 세계를 정면으로 다루겠다고 덤빈 두 편의 드라마가 잇달아 꽉 찬 속내와 매끈한 만듦새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가 같은 시간에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점. '덕분'에 시청자는 두 드라마를 비교하기도, 감상하기도 바빠졌지만, 두 드라마를 모두 보느라 시간을 두 배로 들여도 손해 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등장했다가 출발부터 월화극 1위를 달리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MBC TV '오만과 편견'에 이어 지난 15일 시작한 SBS TV '펀치'가 검사들의 세상에 메스를 들이대고 후벼 파는 재미가 쏠쏠하다.

검찰의 세계는 태생적으로 많은 얘깃거리를 잉태하고 생산해낼 수밖에 없는 천혜의 환경인 까닭에 검사는 같은 이유로 드라마에 끊임없이 등장해온 의사와 함께 시청자에게도 아주 익숙한 직업군이다. 그래서 '또 그 얘기냐'라는 핀잔을 들을 위험도 크고, 실제로 별반 새로운 얘기 없이 지리멸렬 사라진 검사 캐릭터나 이야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의 이현주 작가와 '펀치'의 박경수 작가는 스토리의 근간인 취재와 구슬을 꿰는 필력의 차이를 보여주며 또다시 검사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또한 양 드라마 모두 주조연 가릴 것 없는 환상적인 캐스팅이 앙상블을 이루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 관건은 어쩔 수 없이 '생방송'으로 제작되는 두 작품 모두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잘 달려갈 것이냐는 점이다.


◇ 부패하고 노회한 검사 vs. 패기 넘치고 청렴한 검사

"나쁜 놈들 잡는 거 다 네 능력인 줄 아니? 착각하지 마. 네가 잡아온 놈들 다 너보다 약한 놈들이야. 진짜 센 놈 잡으려면 다른 힘센 놈들 허락 받아야 해. 그것 없으면 검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절대 못잡아."(문희만 부장검사)

'오만과 편견'이나 '펀치'나 큰 구도는 같다. 이미 때가 묻을 대로 다 묻고 오물이 튈 대로 다 튄 검찰의 윗선들과 그 아래 패기 창창하고 의욕 충만하고 잃을 것 없는 청년 검사들의 대결이다.
'오만과 편견'은 15년 전 미제 사건을 둘러싸고 열혈 검사 구동치(최진혁 분)가 보이지 않는 검찰 윗선과 그들마저 조종하는 더 큰 세력의 실체를 까발리기 위해 검사직(심지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야기다. 그런 그를 여전히 나쁜 놈인지 착한 놈인지 알 수 없는 능구렁이 부장검사 문희만(최민수)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지켜보고 있다. 문희만은 그러면서 자기가 어느 줄을 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15일 방송에서 문희만은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구동치에게 검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윗선'의 허락 없이는 센 놈을 잡지 못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문희만은 "그게 말이에요. 반복되어져왔던 이곳의 역사예요"라며 자신의 충고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럼에도 무소의 뿔처럼 달려나가는 구동치는 문희만 부장검사부터 검찰국장에까지 줄줄이 소환장을 발부해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과의 연관성을 캐겠다고 덤볐다.

"검찰 봉급 받으나 콩밥 먹으나 나랏밥 먹기는 매한가지 아이가"(이태준 서울지검장)

'오만관 편견'이 검은 구름 뒤에 숨은 윗선의 실체를 양파껍질 까듯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면, '펀치'는 아예 첫회부터 부패하고 타락한 윗선의 모습을 숨김없이 까발렸다.

검찰총장 교체를 앞두고 자신보다 1년 후배인 법무연수원장이 새 총장 후보로 거론되자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후배를 밀어내고 총장 자리에 앉겠다는 이태준 서울지검장의 야비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이 정면으로 그려졌다.

경쟁자를 밀어내기 위해 자신들이 쓰는 수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이태준은 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콩밥을 먹어도 나랏밥을 먹는 것"이라고 내뱉는다. 그 자리까지 올라온 것도 순간순간 그러한 도박을 했기에 가능했음을 단적으로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태준이 걸어온 삶은 법무장관의 입을 통해서도 한번에 설명이 됐다.

"정말로 부끄러운 건 공안검사로 수많은 조작사건을 만든 전력을 반성하지 않고, 검찰 내 파벌을 만들어서 자기 사람을 주요 보직에 앉힌 분이 검찰총장이 돼서 신임 검사 임용 때 대표 선서를 받는 거겠죠."(윤지숙 법무장관)

그러나 이태준은 면전에서 이런 면박을 당하고도 노회한 백전노장답게 유들유들한 포커페이스로 답한다.

이렇듯 두 드라마는 부패하고 타락했으며,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검사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섬뜩하게 만든다. 최민수와 조재현의 노련한 연기가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 "나쁜 사람은 혼내주고 열심히 일한 분, 억울한 일 당한 분 도와주는 사람이 검사"

현실은 어떨지라도, 진실은 어떨지라도, 두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추구할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두 작품 모두 젊은 검사를 내세워 정의구현을 외친다.

그 과정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만과 편견'의 구동치 검사도, '펀치'의 신하경(김아중 분) 검사도 모두 사표를 쓰고 거대한 권력에 맞선다. 그만큼 이들이 하려는 싸움이 어렵다는 단적인 예.

'펀치'는 일개 평검사인 신하경이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누워있는 유치원 버스 기사를 위해 용감무쌍하게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는 모습으로, '오만과 편견'은 윗선의 온갖 방해에도 공소시효가 코 앞으로 다가온 15년 전 아동 납치·살인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구동치의 집념으로 아직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신하경은 "나쁜 사람은 혼내주고 열심히 일한 분, 억울한 일 당한 분 도와주는 사람이 검사"라고 어린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검사답게 살 수 없다면 검찰을 떠나야 한다는 걸 장관님께 배웠습니다"라고 법무장관에게 당당하게 말하며 우리가 아는 상식을 충족시켜준다.

또 구동치는 "센 놈을 잡을 때 더 힘센 놈의 허락은 필요 없다"고 받아치는 패기로 시청자의 판타지를 구현한다.

'오만과 편견', '펀치'는 이렇듯 정의감과 양심에 따라 움직이는 두 젊은 검사를 내세워 뭐든 할 수 있는 재벌과 부패한 권력이라는 거악에 대항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할지라도 나름의 절절한 사연과 사건을 붙여가며 이러한 구도에 극단의 차이를 벌려놓고, 다시 그 차를 서서히 좁혀나가는 과정을 통해 쾌감을 전하고자 한다.

양 드라마가 직면한 사건의 피해자 가족 중에 이들 청년 검사가 관련돼 있다는 우연한 공통점도 드라마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장치다.

검찰총장을 거쳐, 법무장관을 지나, 총리에까지 올라보려 하는 야망에 불타는 올드보이 검사와 성역없이 나쁜 사람을 벌주는 게 검사의 할 일이라는 뉴보이 검사들의 대결, 관전의 재미가 쏠쏠하다.

연합뉴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2.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사설] 소진공 이전 아닌 원도심 남는 방향 찾길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3.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4.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5. [사설] 민주당 '상임위장 독식설', 또 독주하나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