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줌인]무(武)를 연마하고 덕(德)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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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줌인]무(武)를 연마하고 덕(德)을 쌓는다

올해로 41년 역사 국궁단체…전국서 유일하게 연구소 운영 세미나·활쏘기 백일장 등 대중화 앞장…정신수양 최고

  • 승인 2015-09-03 13:52
  • 신문게재 2015-09-04 15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마니아 줌인]무덕정(국궁장)

흉허복실(胸虛腹實) 가슴은 비우고 배에 힘을 준다. 전추태산(前推泰山) 줌손은 태산을 밀듯 힘있게 앞으로 밀며. 후악호미(後握虎尾) 호랑이 꼬리를 잡아당기듯 빼라. 무덕정(국궁장) 사대 입구에 걸려있는 집궁제원칙(執弓諸原則)의 한 대목이다. 무덕정 사수들은 사대에 오르기 전 집궁제원칙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스린다.

유성구 덕명동에 위치한 국궁장 무덕정은 1974년 발족해 올해로 4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궁단체다. 무덕정의 전신은 이보다 더 오래된 일제강점기로 1933년 전조선궁술대회를 주최한 만년정(萬年亭)이다. 당시 유성지역에 존재했던 만년정의 역사 복원과 유지들의 뜻을 모아 발족한 것이 지금의 무덕정이다.



기자가 찾은 날은 무덕정의 야간 활쏘기(夜射)가 진행되고 있었다. “별과 달을 바라보며 풀벌레 소리를 벗 삼아 활을 쏘다 보면 활 끝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관중의 확률이 더욱 좋아진다는 것”이 사수들의 설명이다. 회사 퇴근 후 국궁장을 찾은 젊은 직장인들도 최근에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날은 신입 사수들의 모습이 다수 보였는데 '신사'라 불리는 초보자들의 경우 9주간의 과정을 수료해야 사대에서 정식으로 활을 쏠 수 있다.

신입수련과정 6주차라고 밝힌 이원석씨는 “이제 곧 40대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노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다보니 국궁을 선택하게 됐다”며 “무조건 힘으로 하는 운동이 아닌 몸과 마음 그리고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 국궁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12년째 국궁을 수련하고 있는 장용걸 사범은 “내가 쏜 화살이 처음으로 홍심에 맞는 순간은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라며 “날씨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아 오늘 같은 저녁에도 활을 쏘러 나온다”고 말했다.

신사들의 수련은 방규숙 무덕정 총무이자 부사부다. 방 총무는 “신사들의 경우 줌손(화살을 쏠 때 활을 잡은 손 동작)을 바르게 하고 관중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려야 한다”며 “마음이 과녁에 먼저 가 있으면 화살은 과녁을 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사들에 대한 수련 이상으로 무덕정이 공을 들이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국궁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이다. 무덕정은 올해 상반기 무덕정에 국궁연구소를 만들고 국궁 대중화에 나섰다. 문철규 무덕정 사두는 “우리나라 전통 스포츠인 국궁의 체계적인 보급과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했다”며 “국궁의 세계화 작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 문을 연지 불과 수개월에 불과하지만 이미 4차례의 국궁교실 세미나를 비롯해 활쏘기 백일장, 타 지역 궁도장과의 교류 협약 등 많은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과 청소년에게 국궁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국궁체험장과 과녁을 CCTV로 모니터 할 수 있는 '관중 모니터링 시스템'은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다.

문 사두는 “지금보다 나이를 훨씬 더 먹는다 하더라도 국궁과 함께 여생을 즐기고 싶다”며 “선배 사두들이 쌓아온 전통과 좋은 시설들을 후배들에게 잘 돌려 줄 수 있도록 무덕정 회원들의 열정과 노력을 당부 한다”고 전했다.

대전 무덕정 국궁수련 문의: 대전시 유성구 덕명동 7-4 ( 042-825-1130)

☞국궁 용어정리
줌손:활을 잡은 손의 모양과 형태를 일컫는 말
사두:국궁장 사부의 우두머리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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