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입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지옥을 뚫고 부모님을 찾아온 아들 딸들과 정담을 나누는 설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고 버거운 세상에서 흰 머리에 주름진 부모님의 어깨가 든든해지는 것을 보면 50을 바라보는 자식은 아직도 어리기만 합니다.
온 가족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착각만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명절을 쇠고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72년 전인 1944년 오늘은 우리 고유의 명절 설을 지낸지 보름도 채 되지 않은 날입니다.
서슬 퍼런 일제의 탄압에 설날조차 제대로 쇨 수 없었는데요, 노동력 확보를 위해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오던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전면 징용령을 내렸습니다.
징용에 끌려간 사람들은 사할린 섬이나 일본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하거나 동남아지역의 군사기지나 철도 건설에 동원 됩니다. 대부분이 임금도 없이 과중한 노역에 시달렸으며 해방 후에는 가슴깊이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타국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렇게 징용된 노역자들과 학도병, 종군위안부 등 강제로 전쟁에 동원된 수가 79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사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가 하면 고된 노동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살아가는 희생자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입니다.
작년 12월 28일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10억엔 굴욕협상을 내 놓던 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후문 앞에서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 한국유족회는 일제징용 피해자들의 사진을 손에 들고 한일 정부에 피해자 손해배상 책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제 한일 정부가 응답을 해야 할 차례입니다./김은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