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벤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19살 한 소녀의 금메달은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6년 전 오늘 차가운 빙판을 뜨겁게 달궈줄 여왕은 2009년 4대륙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우승,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었으며, ISU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에 빛나는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동계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려는 야무진 꿈을 안고 빙판을 헤쳐 온 아직은 앳된 동양의 한 소녀였다.
그 믿음은 든든했다.
긴 팔과 긴 다리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몸매와 달리 파워풀한 점프, 유연한 연기력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었다. 또한 얼음공주처럼 차가운 얼굴에 피어나는 깊은 표정연기는 사람들의 눈을 한시도 떼어 놓지 않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 기술이 백과사전이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 피겨 전문가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모든 것은 다 갖춰졌고 이제 프리연기와 함께 금메달을 맞이하러 갈 것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했다.
그럼에도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은 스케이트 날 위에 서 있는 사람보다도 더 아슬아슬하게 떨고 있었다.
걱정과 우려, 모든 감정이 섞인 사람들의 시선을 가르며 소녀는 당당히 빙판 위에 섰다. 올림픽 여왕의 색인 푸른 드레스는 오늘의 금메달을 짙게 해줬고,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은 긴장의 끈을 조금은 풀어주는 듯 했다.
더블 악셀, 더블 토, 더블 로프로 이어지는 점프에서 온 국민의 신경은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러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부드러운 곡선은 발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빙상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눈은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뗄 수 없었다.
스핀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그녀는 손을 힘차게 내리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기쁨의 눈물이었을 수도 있고, 몇 번의 좌절과 몇 번의 재기로 점철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느꼈을 감격이었을 것이다.
그 눈물은 또한 헛되지 않았다. 세계 여자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고점수인 228.5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 ‘유나 킴’이 아닌 ‘유나 퀸’이 기록한 성적은 잊지 못 할 ‘오늘의 역사’로 남았다./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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