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4월28일:그 시절, 뜨겁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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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4월28일:그 시절, 뜨겁던 외침

1986년 김세진·이재호 분신

  • 승인 2016-04-27 16:26
  • 김은주 기자김은주 기자

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아팠다. 독재와 싸우기에는 혹독했고 민주주의를 얻기에는 처절했다. 젊은 청춘들은 자신들의 몸을 살랐다. 그들은 쉼 없이 분신하고 떨어져 죽었다. 그렇게 해야만 얼어붙은 이 땅에도 꽃이 필 것이라 믿었던 시대였다.

30년 전 오늘(28일)도 그랬다. 서울대학교 김세진․이재호 군은 자신들의 몸을 불살랐다. 온몸에 불이 타오르면서도 주먹 쥔 손을 힘차게 흔들며 “반전반핵 양키 고홈”을 외쳤다. 목숨과 맞바꾼 자신의 신념이었다.

그들이 살았던 1986년은 반미투쟁이 불같이 타오르던 시대였다. 우방국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던 미국과 한반도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미국에 종속된 관계로 미군은 정치.경제적 이해 때문에 주둔하는 것이라 규정했고, 조국의 통일 또한 미국에 원인을 두고 있었다. 이에 주한미군 철수, 민군 군사기지화 반대 등의 분위기가 팽배했던 가운데, 대학교 2학년생들의 전방입소 훈련이 각 대학별로 시작되자 이를 거부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28일은 서울대 학생들의 입소 예정일이었다. 그러나 400여명의 학생들은 아침부터 부대가 아닌 서울 신림사거리에서 보라매공원 쪽으로 100여m 떨어진 버스정류장 부근에 모였다. 그날은 유난히도 봄 햇살이 강렬하기도 했던 날이었다. 학생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미제의 용병교육 전방입소 반대”를 외쳤다. 이 무리들을 이끌고 있던 학생이 김세진과 이재호였다. 길가 3층 옥상에서 힘찬 구호를 외치며 시위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80년대의 시위가 그렇듯 곧이어 전경과 백골단이 투입이 됐고, 옥상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던 김세진과 이재호를 잡기 위해 일부 경찰병력이 건물로 오르던 순간 ‘펑’하는 소리가 들리며 두 학생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 김세진이 구호를 외치며 나타났다. 온몸에는 불길이 휩싸인 채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경찰도 연좌 농성을 벌이던 학생들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분신’이라는 단어를 생생하게 바라봤던 그들은 눈물마저 멈춰 버렸다.

이날 함께 자신들을 불살랐던 김세진과 이재호는 각각 5월 3일과 5월 26일에 떠났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너무도 아까운 나이였다. 그래서 그들이 목숨처럼 외쳤던 ‘반전반핵, 평화’는 더욱 값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스한 봄날 뜨겁게 삶을 살다간 그들을 오늘은 기억해주기 바란다./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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