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철길이 반세기 만에 열리는 역사적 순간이 2007년 5월 17일 ‘오늘’ 있었다.
한반도 허리의 서쪽에서 1951년 서울~개성 운행이 끊긴지 56년 만에 경의선 구간(문산~개성)이 활짝 열렸고, 동쪽에서는 1950년 이후 57년 만에 동해선이 연결됐다.
첫 열차 시험 운행은 남북한 정부가 모처럼 손잡고 이뤄낸 성과였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길이 열리는 역사적 사건에 남북한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통일의 꿈을 실은 디젤기관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을 전후해 각각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을 출발해 북녘과 남녘땅을 달렸다.
디젤기관차 소리는 동물들조차 숨죽이며 다니는 비무장지대의 정적을 깨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으로 달려 개성역에 다다랐고, 동해선 기관차도 금강산과 동해의 풍광을 맞으며 남측 제진역에 도착하면서 잠시나마 통일의 기쁨을 맛봤다.
남북한 국민 모두 통일을 향한 첫 출발점이기를 원했다. 서울~평양 정기열차를 시작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 금강산 관광 철도길 등 동족상잔의 비극 이후 남북한이 다시 뚫릴 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그 후로 9년이 지난 지금도 그 꿈은 실현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북으로 힘차게 달리고 싶어 하는 철마의 몸부림이 들리는 듯하다./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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