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db |
‘판티 킴 푹’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위 사진 속 소녀의 모습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를 찍은 한 장의 사진이다. 그리고 맨몸으로 달려오며 절규하고 있는 저 소녀가 ‘판티 킴 푹’이다. 전쟁의 참상을 적나하게 보여줬던 사진 중 하나였다.
베트콩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던 1972년 6월 7일 트랑방 마을이 점거되자 베트남 정부군은 탈환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에 돌아갔고 미군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미 폭격기는 트랑방 마을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그들이 쏟아 낸 것은 네이팜탄이었다.
1972년 6월 8일 ‘이 날’ 킴 푹은 가족들과 카오다이 사원에 은신 중이었다. 병사들이 도망치라고 외친지 불과 몇 초 만에 네이팜탄 공격으로 사원주변이 불바다가 됐고, 킴 푹은 옷에 불이 붙자 옷을 벗어던지고 도망쳤던 것이다.
네이팜탄은 철썩 들러붙는 성질이 강해 불이 붙은 옷을 억지로 벗으면 피부까지 함께 벗겨져 나가 깊은 상처를 입는다. 저 소녀의 보이지 않는 어깨에도 지울 수 없는 화상이 생겼다.
그녀의 울부짖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사람은 베트남 출신의 AP통신 기자였던 닉 우트였다. 사진을 찍은 후 그는 재빨리 킴 푹을 차에 싣고 병원으로 갔지만, 그녀는 여러 번의 피부이식 수술을 견뎌야만 했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후에 캐나다로 망명한 킴 푹은 1997년 킴푹 재단이라는 전쟁고아와 어린이 희생자들을 돕는 구호재단을 만들어,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사진기자의 본능으로 셔터를 눌렀던 닉 우트는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출품한 사진에 붙인 제목은 ‘전쟁의 공포’였다. 흑백 사진 속 소리없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김은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