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병원가고 싶다” 방우리주민의 소망 '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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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병원가고 싶다” 방우리주민의 소망 '애잔'

본보기사에 버킷리스트 댓글… 하루속히 연결도로 개설 기대 버스운행 못하는 도로 때문… 교통비가 병원비 10배 '호소'

  • 승인 2016-07-26 13:18
  • 신문게재 2016-07-27 16면
  • 금산=송오용 기자금산=송오용 기자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가리켜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한다. 2007년 롭 라이너 감독, 잭 니콜슨·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 리스트'가 상영된 후부터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버킷 리스트'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다 가려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혜택이 어느 누구에게는 아주 특별한 '버킷 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버스타고 병원가기, 119 바로오기, 택배 받아보기. '육지속의 섬'으로 불리는 부리면 방우리 주민들의 작은 소망 중 하나다.

논란의 방우리 연결도로 개설 관련 본보의 보도에 한 주민이 올린 '방우리 마을 주민의 소망'이라는 댓글이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일종의 주민 버킷리스트다.

댓글을 올린 방우리 주민은 16가지의 주민의 소망을 적어 내려갔다.

그 첫 번째가 '버스타고 병원 가기'다. 20살에 시집와 56년을 살고 있다는 임예순(76) 할머니의 소원이 방우리 주민 모두의 소망이 됐다.

이 마을 어르신들은 넉넉하지 않은 팍팍한 살림에 병원비의 10배 가까운 4만원을 택시비로 지출한다. 버스가 들어 올 수 없는 도로 때문이다.

'금산주민으로 살기'는 충남도 금산군민이면서 무주군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대변한다.
가정에 설치된 전화번호 조차 041이 아니라 063 전라북도 번호다. 무늬만 충남도민인 셈이다.

충남 전화번호 041 사용하기는 9번째 버킷리스트다. 119 30분내 바로오기, 금산장 바로 가기, 부리농협 이용하기, 택배 받아 보기는 애잔함 마저 엿보인다. 이 밖에도 무주, 영동 거치지 않고 면사무소, 군청, 보건소 가기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보통의 사람들이 누리는 너무나 작은 일상이 이들 주민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해봐야하는 '버킷리스트'가 됐다. 고달픈 삶이다. 이들 주민 30여명이 지난 22일 연결도로 개설 촉구와 환경단체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전체 주민 50여명 남짓에 거동이 불편한 일부를 제외하면 주민 모두 한마음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이, 누구도 원망하지 않던 삶을 살아 온 이들 주민들을 불볕 더위 도로위에 서게 했을까.

연결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에 대한 원망도 그만큼 컸다.

방우리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주민 이 모씨는 “이 소원들 하나, 하나씩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결코 물러섬 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그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게 방우리를 지켜가겠다”는 말로 소망의 글을 맺었다.

금산=송오용 기자 ccms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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