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작년 9월 과천청사 직원이 찍어 보낸 화질이 어두운 사진을 곁들여 '미래부 과천 잔류설을 둘러싼 분노'라는 칼럼(지역프리즘)을 썼다. 그때는 TV 뉴스로 과천 잔류설을 들어서 그랬다면 과천청사 4동 이사 소식은 조간신문을 읽고서야 알게 되어 자존심이 상했다. 평정심을 찾고 미래부 이전과 관련한 자작(自作) 18편을 읽어 내려갔다.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눈에 쏙 들어온다. 2013년 미래부의 정부세종청사 이전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에서 2시간 만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확정된 바 없다”로 오락가락한 사태였다.
이번 역시나 당황스럽긴 매일반이다. 차라리 막 이삿짐을 풀고 “미래부 직원 900여명 일동은 옛날 2동 시절부터 살던 여기가 너무 정들었어요”라고 호소한다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철도박물관 건도 그렇고,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것이 권력이라던 미셀 푸코에 오늘 재차 공감하게 된다. 같은 대한민국 대통령들도 각자의 '정상'은 달랐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같은 단체가 세종시(행정도시)를 거론하면 지역주의로 모는 듯한 수도권의 인식도 그대로다. 집단본위, 내집단중심주의가 없을 수 없지만 미래부 세종 이전이 법과 헌재 판결에도 부합한다는 근거 있는 주장인 것이다.
그동안도 '범법'은 반복됐다. 세월호, 메르스, 지방선거, 총선 등 레퍼토리도 현란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때 교통정리를 해야 했다. 이전 대상기관과 이전 제외기관이 합쳐지면 주된 기관의 이전 여부에 따른다. 비프, 포크, 머튼이라 불러도 잘게 부순 소, 돼지 토막, 양의 다리라는 본질은 불변한다. 미래부도 그렇다. 원하는 증거만 찾고 반증을 무시하는 태도를 꼬집고 싶어 무리한 비유를 써봤다.
수도권과 세종시의 2분법보다 제3의 방도를 찾는 3분법이 어떻게 보면 필요하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이메일을 읽은 소감이다. 세종시에서 “창조경제 실현과 국가경제 발전”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야심찬 “희망의 역사” 창조는 세종시가 곧잘 어울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도권 인구 소산(疏散)' 계획에 의거한 과천청사는 국민 절반을 수도권 시민으로 만들며 대실패했다. 그걸로 모자라 수도권 규제완화 용도의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오늘(27일) 또 발의되고 있다.
국가가 이럴 때 할 일은 명료하다. 그것은 바로 중심과 균형 잡기다. '창조경제'라는 미래부 과천 잔류 명분은 국민안전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대상이니 서울에 잔류하자는 주장보다 훨씬 옹색하다. 새로 이사한 국민안전처는 세종시에서 친절한 폭염 안전 메시지 등 역할을 거뜬히 수행 중이다. 세종청사의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는 이 시간에도 서울-세종 간 영상으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미래부의 집은 44억원을 들여 이사한 과천청사 옆 건물(4동)이 아니다. 진짜 집은 세종청사임을 날마다 새롭게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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