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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남자도 가슴이 있었어?
       
입력 : 2016-10-27 12:36   수정 : 2016-10-28 09:50
joongdo.kr/pq?201610271511
▲ '질투의 화신' 중 한장면
▲ '질투의 화신' 중 한장면


갑자기 여자가 밑도끝도 없이 남자의 가슴을 더듬는다. 여자의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하다. 그녀의 손은 남자의 가슴을 탐색하듯 아주 차지게 주무른다. 남자의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엔 아랑곳 않고 마치 제 가슴인 양 떡주무르 듯 하는 게 예사 손길이 아니다. “기자님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는 게 아무래도 이상해요. 산부인과에 가 보세요. 우리 엄마도 유방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유방암은 여자들만 걸리는 거 아니었나? 이화신(조정석)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린다. “남자는 가슴 없어요?” 표나리(공효진)의 이 한마디에 이화신과 우리는 비로소 남자도 유방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한다.

가슴이라는 건, 유방이라는 건 여자에게만 있었다. 남자의 가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어찌보면 퇴화된 뱀의 사족과 같은 것이었다. 여자처럼 봉긋하게 나오지도 않았고, 아기에게 젖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하나 존재로서의 의미가 없음에도 유방암이라니…. 이건 여자가 고환암에 걸렸다는 얘기만큼이나 생소하고 뜨악한 일이다.


▲ 마돈나/사진=유튜브
▲ 마돈나/사진=유튜브


#여자의 가슴은 인간에게 있어 감정의 원천

가슴은 온전히 여자의 것만 말해질 수밖에 없었다. 『털없는 원숭이』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탐구한 책이다. 저자 레즈먼드 모리스는 여자의 젖가슴은 다른 영장류와는 달리 수유기관보다는 성적 장치의 기능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곽이 뚜렷한 반구형의 가슴은 여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로 성적 신호의 또다른 본보기라는 것이다. 네 발로 걷는 원숭이는 엉덩이가 성적 신호의 기능을 하지만 직립보행하는 인간은 말하자면 통통한 엉덩이를 가슴에 달고 있다는 얘기다.

그 어느 곳보다 감추고 억압하는 게 여자의 가슴이지만 브래지어로 그 모양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모순이 있다. 마돈나가 착용했던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도전적인 뾰족 브래지어는 남녀의 성역할을 깨부수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어쨌든 꽤 섹시했다. 지금은 속에 패드를 넣은 ‘뽕 브라’가 있어 작은 가슴도 얼마든지 크게 보일 수 있지만 예전엔 그러질 못했다. 하여 소싯적 석간신문 시스템에서 아침 일찍 출근할 때 정신없이 부산 떨면서도 잊지 않은 게 있었다.

브래지어 안에 스타킹이나 화장지를 접어 넣어 볼륨있는 가슴을 만드는 거 말이다. 집에 들어오면 단단히 동여맨 듯한 브래지어가 답답해 당장 벗어버리지만 밖에 나갈 땐 브래지어 없인 한 발짝도 나설 수 없다. 훗날 할머니가 되면 ‘노 브라’로 다닐 지 모르지만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게 바디라인인 걸 어쩌랴.

정신분석학적으로 여자의 가슴은 인간에게 있어 감정의 원천이다. 프로이트는 젖을 빠는 것이 아기의 최초 행동일 뿐 아니라 전체 성생활의 출발점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유방이 아이가 최초로 느끼는 성감대라고 생각했다. 젖을 빨 때 느끼는 감미로운 성애적 감각은 무의식의 형태로 개인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는 것으로 보았다. 도널드 트럼프를 보라.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이 남자가 장소 불문하고 여자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지는 데 여념이 없다잖은가. 유아기 구강기적 소망이 충족되지 않은 걸까.


▲ '질투의 화신' 중 한장면
▲ '질투의 화신' 중 한장면


#이제부턴 남자의 가슴도 말해보자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여자의 가슴에 대한 관심은 폭발 지경이다. TV에선 하나같이 가냘픈 몸에 빵빵하게 키운 가슴을 흔들며 무대에서 춤추는 걸그룹들이 판친다. 몇 년 전엔 영화 ‘방자전’을 보면서 조여정의 나체를 보고 기겁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체에 달린 유방은 마치 커다란 볼링공 두 개를 매단 것처럼 괴기스러웠다. 섹시해 보이기 위해 확대수술을 했겠지만 과유불급이었다. 차라리 ‘아가씨’의 김민희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사춘기 소녀처럼 작은 가슴이 시크하다고 하면 나의 자격지심이려나?

남자에게 있어 여자의 가슴을 보고 만지는 것은 욕망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한다. 라캉은 “내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고 했다. 여자들은 몸매를 만들거나 감추기 위해 몸을 가리고 졸라매고 패드를 넣어 부풀리는 등 자신의 몸매를 남자의 시선에 길들인다. 그동안 여자의 가슴에 대해 말한 것은 남자들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가슴을 기습적으로 강탈한(?) 계약직 기상캐스터에게 절절하게 구애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난감한 일이다. 역전의 역사가 쓰여지는 건가? 그래, 이제부턴 여자도 남자의 가슴에 대해 말해보자. 남자와 여자의 욕망은 다르지 않다.

사족. 편집부 후배 K 기자는 지금은 결혼해서 아기 돌보고 가정생활에 충실하느라 다크서클이 내려 앉았지만 총각시절엔 아이돌 가수 뺨치는 외모(여자 후배들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선함)로 연애의 고수였다. K에게 물어봤다. 작은 가슴과 빵빵하게 수술한 가슴 중 어느 게 좋냐고. K 왈, “사과 반쪽 크기면 안 하는 게 낫고 그보다도 작으면 수술하는 게 여러모로 낫죠. 남자는 크기에 집착하죠.” 하긴 여자도 남자의 크기에 집착하니까. 쩝.


우난순기자 rain4181@
기사입력 : 2016-10-27 12:36           <우난순 교열팀장의 다른기사 보기 >
기사 의견 보기
민준
2017/05/19
18:13:03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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