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보이지 않는, 무형의 문화유산에 주목하자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보이지 않는, 무형의 문화유산에 주목하자

  • 승인 2017-02-16 11:05
  • 신문게재 2017-02-17 23면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2001년 '여성, 삶의 이야기 10인전'이란 기획전시가 있었다. 김백봉, 김유덕, 김성녀, 박남옥, 박정희, 박청수, 윤석남, 이효재, 황혜성, 정신대할머니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의 열가지 인생을 담은 전시였다. 이분들을 인터뷰한 글을 책자로 만들고, 이분들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물품들을 모아 각각의 방을 만들어 전시하였다. 당시 몇 분을 인터뷰했던 나는 이렇게 소감을 썼었다. “한번쯤 멈추어 남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곳엔 분명 내 삶도 있고 꿈도 있다. 어느 결엔가 놓쳐버렸다고 생각해온 꿈이지만 누군가는 그 꿈을 하나하나 다져가며 살아온 삶이 있다. 그들 역시 충족하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않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좇아온 삶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흔적을 들여다본다. 역사를 소중히 간직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내 삶에도 너의 삶에도 꿈이 있어 더욱 소중하다. 그 꿈이 역사가 된다.”

# 역사의식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현재의 내 삶과 너의 삶이 모여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될 것이라는 인식까지는 없었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하나의 생활행태였던 김장이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에 접했을 때 생소했던 느낌.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인 매년 나도 하고 있는 김장이 무형유산이었고 그것도 세계무형유산에 포함되었다는 놀라운 느낌은,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문화유산이 된다는 것이었다. 역대 조선왕과 왕후들의 신주들을 모시고 있는 종묘는 유형문화유산이고 종묘제례는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구분을 통해 유형과 무형을 구별했었다. 종묘제례와 제례악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임을 시험 보듯 외웠던 단어들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때 무형문화유산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세계'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화들짝 다시 보게 되는 효과가 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가 등재된 이후 아리랑, 김장문화도 등재되었다. 예능과 기능중심에서 지역민의 일상에 담긴 공동체 문화도 문화유산에 포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무형문화유산 교육의 역할'이란 강의원고를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내게 와 닿았던 것은 지역문화, 라는 화두 속에서 풀어가려고 했던 개념들이 무형문화유산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유네스코 기준에 맞춘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그보다 앞선 2014년 12월에 제정되었다. 유사한 시기에 만들어진 법조문에 담긴 '지역문화'는 공통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유형 무형의 문화적 활동이다. '무형유산'은 공동체와 환경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정체감, 문화적 다양성, 창의성 존중이 핵심이다. 지역문화진흥의 차원에서 유사한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 교육을 강조하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예능과 기능 전수교육 중심의 무형유산교육 목표를 일반 지역민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속의 공동체문화의 의미를 되살리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시켜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 그러면 스스로를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문화가 밥 먹여주나? 라거나 교양이나 여가 취미 정도로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해나가는 행위들이 문화로 축적되어 문화유산이 된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출발점에서 무형의 문화유산을 사회교육의 목표로 설정하여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여기에 교육적 가치를 부연하면 무형문화유산은 그 원형의 틀을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조의 여백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형유산 관련 꿈다락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가 한 말이다. “이런 것도 무형문화재가 되네요.” 참고로 무형문화재 전수시설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는 곳은 대전이 전국 유일하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농협, '대전시 화요직거래장터' 개장
  2. 내포 명품학군 조성될까… 영재학교·충남대 내포캠·KAIST 연구원·의대까지
  3. 의대수업 재개 학생 없는 빈교실 뿐… "집단유급 의사인력 우려"
  4. [기고] 26일 첫 '순직의무군경의 날'을 맞아
  5. [4월 21일은 과학의날] 생활주변방사선 피폭 최소화 '국민 안전 최우선'위한 KINS의 노력
  1. 금융소외계층 울리는 불법사금융 범죄 매년 증가
  2.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대전교육청 독서인문교육으로 인문소양능력 기른다
  3. 대전 최초 전국오픈탁구대회 유성서 개최
  4. 항우연 37개 패밀리기업과 간담회… 이상률 원장 "긴밀히 협력하고 지원"
  5. 장애아동과 부모 150명 아쿠아리움 봄나들이 성료…장애인 문화활동 이바지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CTX사업 첫발… 국토부 민자 적격성 조사 착수

충청권 CTX사업 첫발… 국토부 민자 적격성 조사 착수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추진이 4월 25일 민자 적격성 조사와 함께 본궤도에 오른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차관은 이날 오전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이와 관련한 거버넌스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백 차관을 비롯해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 정선용 충북도 행정부지사, 세종시 이승원 경제부시장, DL E&C 어준 본부장, 삼보기술단 이정용 사장, 국가철도공단 손병두 건설본부장, 한국교통연구원 박지형 부원장 등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백..

"전자담배 기술 발명 보상 못받아" KT&G 전 연구원 2조 8000억 소송
"전자담배 기술 발명 보상 못받아" KT&G 전 연구원 2조 8000억 소송

릴, 아이코스 등 전자담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KT&G 전 연구원이 KT&G를 상대로 2조 8000억 원 상당의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곽대근 KT&G 전 연구원이 이날 KT&G를 상대로 2조 8000억 원 규모의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하는 소장을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 소송 규모는 국내 사법사상 단체, 집단소송을 제외하고는 최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 씨는 발명기술 권리 승계에 대한 대가인 직무발명 보상금을 회사가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명예퇴직을 강요했다며 KT&G는 자..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구성에 충청 국회의원은 들러리?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구성에 충청 국회의원은 들러리?

제22대 국회의장 선출과 여야 지도부 구성 과정에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명단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장은 일찌감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다선중에서 친명과 비명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고 원내대표 역시 친명 인사로 무게가 쏠린 상태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수도권과 영남권, 친윤과 비윤의 세력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충청권 의원들은 그 어디에서도 배제되는 등 여야 당권에서 충청권 의원들이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의결 정족수를 과반 득표로 강화하고 결선 투표를 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안장식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안장식

  •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즐거워요’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즐거워요’

  • ‘친환경 소비생활 함께해요’ ‘친환경 소비생활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