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홍철 한밭대 석좌교수 |
<현악 4중주를 위한 열개의 단상, 모멸감>이라는 특별한 음악이 있습니다.
보통 소설에 음악을 곁들이는 경우는 있어도 인문사회과학 저서를 내용으로 해서 작곡을 한 것은 처음으로 접합니다.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는 <모멸감>이라는 저서를 출판한 바 있는데, 작곡가 유주환씨는 이 책을 바탕으로 모두 열개의 곡을 작곡했고, 이 곡을 한국 최고의 연주자로 구성된 현악 4중주를 연주하게 한 것은 특이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작곡가는 이 곡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첫째는 마음의 치료를 위한 ‘명상음악’은 아니라고 했고 둘째는 그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쓰고 싶은 음악만이 길이라는 생각에서 썼으며, 마지막으로 책의 텍스트에 담긴 글자를 단순히 음악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예로 들었습니다.
<전원 교향곡>은 “그저 전원의 풍광을 음악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이를 보고 느낀 베토벤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 원리로 자신의 곡을 설명했습니다.
사회과학 저서의 중요 개념에서 받은 감동을 아름다운 곡으로 표현한 것은 사회과학자들의 영원한 꿈이 아닐까요.
염홍철 한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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