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SBS TV 오후 8시55분에 방송되는 ‘궁금한 이야기Y’ 365회에서는 부산 신생아 유기사건과 헤어진 가족을 찾아 나선 혜법스님의 기구한 사연이 소개된다.
*두 딸을 얼려버린 엄마, 왜?
지난 17일,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신생아 시신 2구가 발견되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친모의 잔혹한 친자 유기사건 첫머리였다.
친모 김 씨(가명)가 선택한 유기 장소는 작년 4월부터 동거를 시작한 최 씨(가명)의 자택 냉장고였다. 노모를 모시고 살던 최 씨의 집을 방문한 동거남의 여동생은 김 씨가 직장에 간 정오경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고 한다. 재료를 찾으려 냉동실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 연 순간, 탯줄도 끊어지지 않은 갓난아기 시신을 본 것이다.
혼비백산해 경찰에 신고한 뒤, 최 씨의 집에 살던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곧 김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올랐다. 최 씨와 노모는 냉장고를 거의 쓰지 않았고, 김 씨만 냉동실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곧바로 연행된 김 씨는 발견된 시신이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순순히 자백했다. 그리고 냉장고에 시신이 더 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이후 냉동실 깊은 곳에서 부패한 시신 한 구가 추가로 발견되었고, 부검 결과 모두 김 씨의 친딸로 밝혀졌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숨지게 하고, 연달아 냉장고에 유기한 김 씨. 왜 이런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시신이 발견된 날로부터 열흘 뒤, 부산의 한 화장장 앞 운구차에서 왜소한 관 2개가 내렸다. 그 위에는 ‘산모 일’, ‘산모 이’라고 적혀있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어, 장례식장 측에서 급하게 이름을 지어줬다는 두 영아의 관이었다.
2014년 9월, 김 씨는 병원에서 첫째 딸을 출산한 뒤 혼자 살던 집으로 데려와 이틀간 방치해 사망하게 한다. 그리고 작년 1월, 김 씨가 샤워 중에 출산한 둘째 딸은 출생 직후 호흡 장애, 체온저하 등의 이유로 사망했다. 이후 냉장고에 두 딸의 시신을 유기하고 있다가 동거남의 집으로 이사할 때 함께 옮긴 것이다. 김 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최 씨 모자는 사건 이후 집을 떠났고, 김 씨는 이웃과도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수소문 끝에 최 씨의 노모를 돌보던 요양보호사 정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주 4회씩 최 씨의 집을 방문한 정 씨는 김 씨를 노모를 살뜰하게 챙기는 따듯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김 씨의 전 직장 동료는 그가 불우한 환경에서 외롭게 자라왔고 친구도 몇 없어, 5년간 만나온 남자친구 최 씨를 마치 가족처럼 의존했다고 털어놓았다. 범죄 심리전문가는 그런 김 씨에게 친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임신은 남자친구가 떠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유발했을 거라고 분석한다.
*무엇이 스님의 기억을 지웠나
지난 5월, 수원시 인권센터에 특별한 사람이 찾아와 48년 전 헤어진 가족들을 찾아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바로 ‘혜법’ 이라는 법명을 가진 스님이다. 8살 무렵이었던 1969년 어느 날, 집 앞에서 놀던 스님은 차를 타고 온 낯선 남자들에게 납치됐다고 했다.
스님이 끌려간 곳은 바로 안산시 선감도에 있는 ‘선감학원’. 거리의 부랑아동과 불량한 청소년들을 교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수용소였다. 영문도 모른 채 그 곳으로 끌려간 지 8년 만인 1977년 9월,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지만 스님은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스님의 기억 속엔 집 주소도, 가족의 이름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스님이 기억하는 사실은 두 명의 형과 누나가 있었다는 것, 납치되던 그 날 쌍둥이 동생이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원아대장에 수차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확실치 않은 자신의 이름 석 자 뿐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헤어진 가족을 향한 그리움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대체 납치당한 8년 간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스님은 기억을 잃어버린 것일까?
깊은 어둠 속 기억을 꺼내기 위해 최면치료까지 진행했지만 스님은 갑자기 몸을 떨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고 곧 치료가 중단되었다. 전문가는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스님의 기억 전체를 강하게 지배하며 행복했던 기억마저 모두 지워버린 것이라 했다. 스님의 기억을 지워버린 충격적인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
2년 전, 선감학원의 옛 터에서 어린 아이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선감학원의 실상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감학원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2년, 불량행위를 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자를 교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조선총독부가 세운 수용시설이다. 하지만 이는 명분일 뿐, 일본은 소년들을 무작위로 납치했고 그들을 전쟁에 필요한 인력으로 키우기 위해 잔인한 학대를 자행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시설이 해방 후에도 박정희 정권의 ‘부랑아정책’ 이라는 이름 아래 버젓이 운영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폭력의 피해자였던 소년들은 갑작스런 가족과의 이별 후 갖은 폭력과 노동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고 그나마 살아남아 섬을 빠져나온 아이들 역시 여전히 그곳에서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5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온라인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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