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시급으로 치면 편의점은 평균 6562원으로 다른 업종 대비 매우 낮다. 낮은 정도가 아니라 알바천국 등의 조사를 봐도 독서실·고시원(6550원)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그래도 고기 냄새 안 난다며 꽤 선호되는 '직장'이다. 업주의 시야와 시각은 당연히 다르다. 어느 가맹 점주는 월수입 400만원 중 알바비가 300만원이라고 푸념하며 여차하면 알바 뛰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내비친다. 사업 접고 노동자로 변신하면 뭐가 나아질까?
게다가 우리의 최저 시급은 선진국들에 비하면 낮다. '10년 뒤의 우리'라는 일본의 현재 편의점 알바비가 궁금했는데, 19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는 무라타 사야카를 통해 궁금증이 풀렸다. '편의점 인간'의 작가인 그녀는 주간 960엔, 야간 1050엔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 환율로 각각 9626원, 1만529원의 시급이다. 사야카가 전하는 편의점 알바 시급은 우리가 2020년 목표로 삼은 딱 1만원 수준이다.
다행히 이 연구는 벌써 편견이 되고 있다. 1인가구 등 편의점 이용 계층이 다양화되고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이다. 인구 구성비 26.5%인 1인가구의 순자산증가율도 2인·3인가구보다 높아지고 있다.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을 개점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난해 편의점 점포수는 3만2611개로 집계됐다. 1년간 편의점 4200여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3년간 20% 넘게 덩치를 불렸다. 특정 장소에 뭉쳐야 집적 이익(集積 利益)이 있는 것도 아닌데 편의점끼리 다닥다닥 붙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빛 좋은 개살구인 곳이 많다. 영업이익률은 10%가 채 안 될 정도다. 시급 1만원인 편의점은 9%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중소기업도 매년 81조 5000억원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된다. 이상과 현실은 이처럼 다르다. 벼락치기 지원 대책만으로 지켜낼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또 다른 성장을 촉발시킨 동인(動因)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이 서울에서 했던 말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일리가 있다. 오해 없이 듣고 고용정책의 근본 패러다임까지 살펴볼 시점인 것 같다.
실제로 시급 16.4% 인상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2020년 시급 1만원' 공약 실현 앞에서 당장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23.6%(462만명)의 노동자, 생활임금은 고사하고 고무줄 같은 '동네 시급'에도 감지덕지하는 노동자들에게 감원이나 폐업의 불똥이 튈까 두렵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다. 경제 상황을 봐가며 올리자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편의점 한 곳당 1명씩 줄여도 3만2000여 개의 알바 자리가 날아간다. 이것은 사야카의 소설처럼 편의점에 최적화된 인간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실화인 비정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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