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학교는 보육기관 아냐" 방과후학교·돌봄교실 존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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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학교는 보육기관 아냐" 방과후학교·돌봄교실 존폐 갈등

  • 승인 2017-07-24 09:01
[지역이슈] "학교는 보육기관 아냐" 방과후학교·돌봄교실 존폐 갈등

경기교육청, 토요 방과후학교 폐지·돌봄교실 예산 3년째 동결

"학교 고유 업무 아니니 지자체가 맡아야" vs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통행"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자 도입된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의 존폐를 놓고 경기도 교육 주체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3년간 초등돌봄교실 예산을 동결, 사실상 돌봄교실이 축소 운영되는 데 이어 토요 방과후학교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도교육청은 "교사들이 과도한 부수 업무로 본연의 업무인 정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교육현장의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한다.

또 도교육청은 보육에 해당하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은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맡는 '미래형 마을사업화 모델'을 대안으로 구상하고 있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당장의 현실적 대책 없이 학생들을 방치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 "방과후학교·돌봄 탓 정규수업 지장 우려…결국 학생이 피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달 초 '토요 방과후학교 폐지'를 선언했다.

이 교육감이 지난 7일 수원지역 학교장 48명과 함께한 '현장교육협의회 시즌2' 자리에서 "학교가 운영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는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운동부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말하며 나온 선언이다.

방과후학교는 현재 대부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중 방과 후나 토요일, 방학 중 수익자 부담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수요를 반영한 교과 관련이나 예체능 수업을 교사나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수업료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5만∼6만원대이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학기 초 온라인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동안 정부도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방과후학교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왔다.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이 미참여 학생보다 연간 40만6천원의 사교육비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성균관대 사교육혁신교육연구소)도 방과후학교 정책의 정당성과 효과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인기가 좋은 방과후학교 중 토요수업을 도교육청이 폐지하겠다는 이유는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찾을 수 있다.

교사들이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리를 떠안다 보니 정작 본업인 정규 수업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학생들의 학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도교육청은 보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도교육청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해서도 3년째 예산을 동결하고 '증설금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신설학교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돌봄교실은 사실상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도교육청은 무엇보다도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 등은 교육부 교육과정 총론 등에 명시되어 있을 뿐 현행 법률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주체를 학교가 아닌 지자체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 "학부모 의견수렴도, 대책도 없이 학생 방치하는 꼴"

경기도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은 곧바로 학교 현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용인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방과후학교가 확실히 작년보다 위축됐다"라며 "교육청이 그런 방향을 정하다 보니 방과후학교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수업은 학생들이 원했지만 개설되지 않기도 했다"고 전했다.

돌봄교실 역시 학부모들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교육청의 '증설금지 원칙' 탓에 교실을 늘리기는커녕 기존에 운영하던 교실을 줄이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정책에 변화만 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민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의 운영주체가 지자체로 넘어가는 게 옳다고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이 어떠한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폐지하겠다는 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은 정규수업시간 이후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 만든 정책인데 갑자기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하며 폐지하면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학부모들에겐 직격탄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교육 조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민노총 이진욱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은 "학부모들이 방과후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학원보다 수업료가 저렴해 경제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당장 토요 방과후학교가 사라지면 자녀를 학원으로 돌려야 하다 보니 공적 영역에서 일정 부분 책임져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교육 구성원과의 충분한 소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도 입을 모았다.

이 경기지부장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임에도 이 교육감은 교장선생님들하고만 소통하고 정책을 내놓는 것 같다"며 "정책이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학생 안전 문제 등 학부모 시각으로의 접근도 중요한 데 이쪽으로의 소통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경기교육청의 '미래형 마을사업화' 모델…공감대 형성이 관건

경기도교육청은 학교가 아닌 지자체(마을)가 '보육' 영역을 책임지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돌봄교실, 방과후학교를 '마을사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교육청은 마을사업화의 세부 모델을 구상,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가 공간을 제공하면 지자체는 강사 모집, 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을 운영하는 방식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학부모 조합' 형태의 방과후학교 등 이미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대안들도 미래형 모델의 검토 대상이다.







도교육청의 이 같은 구상들이 더 현실성을 띠려면 대안으로 제시한 지자체와의 협력과 '교육은 학교가, 보육은 마을이 맡는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도교육청 방과후학교 담당자는 "방과후학교 등의 '미래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올해 주요 목표이다. 우수사례 모집, TF팀 구성, 간담회 등 논의 과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경기도교육청 단독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도내 특성과 환경이 저마다 다른 지자체들과 협의를 어떻게 해나갈지 그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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