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가보다 높게 가격을 조작한 자료로 조달청과 계약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13개 업체 관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단가를 조작해 공공기관에 토목용 보강재를 납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토목용 보강재 생산업체 13곳을 적발하고, 이중 A씨 등 관계자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MAS) 계약과정에서 시중가격보다 3∼5배 높게 책정된 허위 전자세금계산서 등을 조달청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2009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공공기관이 발주한 옹벽공사에 400억원 상당의 토목용 보강재를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높은 단가로 규격별 토목용 보강재를 등록하기만 하면 전국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도로 및 옹벽 공사 등에 높은 단가로 납품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모든 입찰자는 시중 판매 가격보다 같거나 낮은 가격으로 조달청과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국세청이나 민간 거래업체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관련 공급가액과 부가세 총액만 맞으면 개별 수량이나 단가는 문제 삼지 않은 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지난 2015년 조달청에 제출한 가격자료와 실제 판매 단가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6T의 하중을 버티는 지오그리드의 실제 단가는 1800원이었지만, 조달청에 제출한 가격자료 단가는 6500원으로 4700원을 부풀렸다.
15T 기준은 2800원짜리 부품이 1만 2200원까지 부풀려졌다.
이러한 수법으로 13개 업체는 모두 400억원 규모의 토목용 보강재를 납품, 26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부당 이득 중 144억원 정도 환수 조치됐다.
다수공급자계약이란 조달청이 3개 이상 기업과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공공기관이 별도의 계약체결 없이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하는 제도다.
모든 입찰자들은 시중 판매 가격보다 동일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조달청과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지만, 이들은 시중가격보다 3∼5배 높게 가격을 부풀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달청 공무원들은 제출된 거래 명세서를 믿었던데다 시중 판매 가격을 조사할 의무가 없어 이런 사실을 6년 넘게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15년 12월 조달청은 다수공급자 계약과정에서 가격 조작 정황을 확인, 토목용 보강재 계약업체 40여 곳에 대해 종합쇼핑몰 긴급 사전거래 정지 조치를 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이들 업체가 가격 담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부당하게 챙긴 이익금은 환수 조치 중이며, 다른 업체도 가격을 조작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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