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한밭대 석좌교수 |
새벽마다 천변에 나가면서, 그리고 오후에 사무실 인근 공원에 가면서 "나 운동 간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는 걷는다"고 말합니다.
물론 걷는 것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의 일종이지요.
그러나 운동과 걷기의 차원을 달리하고 싶습니다.
또한 요즘은 건강을 위해 걷는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걷기는 건강, 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걷기를 통해 생명을 느낍니다.
길 위에서 자신과 대면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자문도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누구는 걷기를 '어떤 정신 상태'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글을 쓰다 막히거나, 뭔가 복잡한 일이 생기면 운동화로 바꿔 신고 나가서 걷습니다.
그러면 풀리고 답이 나오지요.
세상에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날마다 땅바닥에 이야기를 새기고 또 언젠가는 새겨졌던 기억들을 도로 찾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걷기는 삶의 기록입니다.
굳이 히말라야 트레킹이나 산티아고의 순례길이 아닐지라도 일상 속에서 길을 따라 걷는 것은 '행복한 겸손'이지요.
그래서 걷기를 통해 '느림과 비움과 침묵'의 철학을 배우지요.
염홍철 한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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