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
선거운동이나 정치활동에 대해 비용적 측면으로 통제하는 선진국들의 선거 및 정치자금 제도와도 일맥상통한 선고였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14일 권선택 시장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에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권 시장을 비롯한 4명에 대해 지난 2014년 실시된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권선택의 대전시장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 목적으로 2012년 11월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이라는 유사기관을 설립했다고 판단했다.
▲쟁점과 판단은? = 포럼활동에 대해서 자율성을 열어둔다 하더라도 쟁점은 특별회비였다. 포럼의 특별회비를 모집한 행위가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였다.
대법원은 고등법원 판단과 같이 특별회비 수수행위를 정치자금 부정수수에 해당한다고 봤다. 포럼은 대전시장 선거를 대비해 권 시장이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돼 활동한 단체, 즉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로 평가했다.
포럼의 인적, 물적 조직은 권 시장의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여 대전시장 선거에서 당선에 필요하거나 유리한 활동을 하는 데 실질적으로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권선택 등이 공모해 포럼의 활동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특별회비 명목의 금품을 받은 행위는 위 단체의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금품이나 그 정치활동에 드는 비용, 즉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에 해당한다"며 "특별회비의 모금방식, 포럼의 수입·지출 내역 등에 비추어 보면, 포럼 활동에 드는 비용과 이 사건 포럼의 상근직원 급여, 업무공간의 개설과 유지에 드는 운영비 등을 공소사실과 같이 특별회비 명목의 돈으로 모금해 충당했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권 시장 측은 포럼의 설립과 활동이 유사기관설치나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정치자금법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자금 사후적 규제의 선례 될 듯=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수입을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 정당의 부대수입 등 정치자금법이 정한 방법 외에는 허용하지 않으면서 정치자금 수수를 사전적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걷어지고 지출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사후 규제는 미흡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권 시장 선고로 정치자금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정치자금 조달을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맡겨두고 규제를 하지 않을 경우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이 만연해진다며 정치 자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고, 돈으로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다. 정치 자금에 대한 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요소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선거운동'의 개념에 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 한 바 있다. 신인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포럼을 통한 정치 활동 개념에 대해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로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 완화가 선거 비용이나 정치자금에 관한 규제까지 완화된다는 의미는 아님을 분명히 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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