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07. 아버지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가요는 삶의 축] 307. 아버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승인 2017-11-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싸이아버지
아들아, 지난 토요일엔 정말 고맙고 반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며느릿감하고 처음으로 우리 집을 찾았으니 어찌 기쁘지 않았겠니? 그동안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이 아빠의 조바심은 사실 상당했단다.

내년이면 네 나이도 어느덧 서른하고도 여섯으로 올라서는데 여태 숫총각이니 왜 아니 그렇겠니...... 이제야 비로소 고백(?)하건대 아빠가 육십 가까이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그나마 잘 한 거라곤 결혼을 일찍 한 것, 그거 하나뿐이란다.

내 나이 불과 스물셋에 네 엄마랑 결혼을 했고 이듬해 너를 낳았지. 따라서 너와 나는 '돼지띠' 띠 동갑을 이루는 게고. 4년 뒤엔 네 여동생도 보았지만 너를 처음으로 맞았던 때의 희열과 어찌 비하겠니.......

너도 잘 알다시피 아빠가 남들보다 결혼을 일찍 한 건, 어머니의 부재(不在)가 가장 큰 동력을 발휘했단다. 어쨌거나 그러한 극명한 아픔은 나로 하여금 일종의 '반면교사' 거울과 교훈으로 작용한 측면이 농후했다.



그래서 일찍 결혼을 한 것이고 아울러 너와 네 동생을 누구보다 시종일관 사랑하며, 또한 칭찬 일색으로 잘 키웠노라 자부한다. 덕분에 너는 대기업의 유능한 인재가 되었고, 딸 또한 명문대 출신의 재원(才媛)으로도 소문이 왁자하니 내 어찌 만석꾼이 부러울소냐!

지난 토요일에 첫 상면한 처자(며느릿감)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작년에 네 여동생을 먼저 시집보낼 적에도 그러했듯 네가 결혼할 때 역시도 사돈댁으로부턴 양말 한 쪽조차도 받지 않을 작정이다.

어때? 아빠 '쿨' 하지? (^^) 물론 나도 잘 산다면 남도 아니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들이 결혼한다는데 뭐든 다 해주고픈 맘이야 당연히 굴뚝같지...... 허나 박봉의 경비원 급여론 고삭부리인 네 엄마의 수발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는 건 너도 잘 알 것이라 믿는다.

죽으란 법은 없는지 천만다행으로 내년 초엔 오로지(!) 너의 힘만으로 장만하는 근사한 새 아파트로의 입주와 더불어, 과장(課長)으로의 승진이란 이중의 축복이 답지한다니 정말로 고맙고도 대견하구나!!

자화자찬의 안도일지는 모르겠으되 나와는 사뭇 달리 너와 네 동생이 이처럼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잘 풀린 것은 지난 시절 이 아빠의 파란만장 고생에 대한 하늘의 보상이자 보답이 아닐까도 싶구나. 지독한 가난 탓에 중학교조차 진학할 수 없었고 소년가장이 되어 역전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시절엔 정말이지 전봇대라도 들이박고 죽고만 싶었단다.

그럴 적마다 거기서 인연을 맺은 어떤 형님께선 이런 덕담으로 좌절의 늪에 들어가려는 나를 꺼내주시곤 했지...... "사노라면 반드시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있단다. 단, 거기엔 분명한 조건이 하나 있어! 그건 바로 시종일관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야만 돼."

그 형님의 말씀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면서만 살았다는 건 사실 거짓말이다. 나도 세파에 휘둘리는 갈대와도 같은 나약한 사람이거늘 어찌 그리 사육신처럼 올곧은 삶만을 살아올 수 있었겠느냐.

다만 거듭 강조코자 하는 건, 입때껏 살아오면서 남의 눈에 피눈물나게 하는 짓거리는 물론이요 경찰서조차 한 번 간 일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만큼은 새삼 자부하고 싶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명치끝에 여전히 걸리는 아픔이 있는데 이것만큼은 언젠가는 반드시 희석시키고 싶은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네 엄마랑 결혼을 하면서도 정작 구리반지조차 하나 해 줄 수 없었다는 사실이란다.

혼주(婚主)조차 없는 휑뎅그렁한 작수성례(酌水成禮)로 대충 치른 결혼식이었고, 신혼여행 역시도 돈을 아낀답시고 보은 속리산으로 갔지. 그래서 지난 월초 네 엄마랑 찾았던 속리산과의 수십 년만의 재회는 실로 감회가 남달랐단다.

어쨌거나 너와 네 동생은 배울 만치 배웠고 심청이 이상으로 효도까지 극진하니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다만 새삼 강조코자 하는 건, 네 아내가 될 여성은 내가 내 딸을 지극정성 공주님으로 키웠듯 그녀의 집안에서도 그리 했을 거란 주장이다.

때문에 결혼을 하더라도 공주님, 아니 '왕비님'으로 모시고 살길 바란다. 자고로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아들~ 너는 결혼을 하더라도 누구보다 잘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거듭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사랑한다! 믿는다!! 끝으로 싸이의 <아버지>라는 곡을 빗대어 내 마음을 좀 더 투영하마.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 어느새 자식들 머리 커서 말도 안 듣네 ~ 한평생 처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 새끼들 사진보며 한 푼이라도 더 벌고 ~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

하지만 아빠는 슈퍼맨이야, 그러니 걱정 마.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홍경석-인물-210
홍키호테-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스라엘, 이란 보복 공격에 건설업계 '긴장'
  2.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다음주 ‘용산 회동’ 성사되나
  3. [날씨] 20일부터 비 오며 다시 서늘…대전 낮 최고기온 18도
  4. 대전극동방송 창립 35주년 기념 희망콘서트 봄.봄.봄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4월19일 금요일
  1. "미래 선도하는 창의융합 인재로" 대전교육청 과학의 날 기념식 개최
  2.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활동지원팀 오지희 팀장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3. '2025년 의대 정원' 1000명 선까지 낮춰 정한다
  4. 의대증원 규모 대학에서 자율적 판단키로…"원점재검토를" 목소리
  5. 근로복지공단, 푸른씨앗 전국 1만5600개 사업장 가입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