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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반갑다! 태안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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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05 23:42 수정 2017-12-07 10:01 | 신문게재 2017-12-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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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해안 별미로 유명한 '굴 마을'에 다녀왔다는 후배가 오동토동 살 오른 '굴'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겨울 바다가 빚어낸 최고의 보양식이자 바다의 우유라 부르는 그것을 떠올리니 입안 가득 촉촉해 진다.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더 뒤마는 이렇게 말했던가. "진정한 미식가는 생굴을 먹으며 바다의 맛을 그대로 즐긴다."

오래전 잠시 머물렀던 천북면 장은리는 붉게 번져가던 낙조와 물 빠진 갯벌, 겨울바람을 등진 채 갯바위에서 굴을 따던 아낙네들의 뒷모습으로 추억되는 곳이다.

10년전 그날, 검은 재앙이 덮치기 전까진….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6분,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 해상에서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삼성 중공업 해상크레인과 충돌해 1만2547㎘의 기름이 쏟아졌다.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 수십년이 걸려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이 성난 파도처럼 몰아쳤다. 죽어가는 바다를 바라보던 국민들의 마음은 절망, 분노로 가득했지만 청정바다를 잃을 수 없다는 간절함이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을 태안으로 불러 모았다.

기억해 보면 10년전, 그 기적의 현장에 중도일보 기자들도 있었다. 3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태안 소원면 의항 해수욕장에서 실제로 만난 검은 덩어리들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그날 우리 모두는 펜과 노트북과 함께 기자라는 이름도 내려놓고 숨막히는 기름냄새와 흩날리던 눈발속에 주저앉아 시커먼 돌멩이들을 쉼 없이 닦았더랬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조각이다.

중도
중도일보 임직원들이 2008년 1월 11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의항해수욕장에서 방제작업 자원봉사를 펼쳤다. /중도일보 DB
돌아오는 길,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온 후배에게 물었다. "그거 어디다 쓰려고?" 그 녀석이 말했다. "기적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아서요…."

참고로 그 돌멩이를 이용해 편집한 태안의 기적 섹션은 전국편집기자협회 편집상을 받았다. 이 역시 작은 기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죽어가던 태안 앞바다가 이제 다시 맛있는 굴을 품어내는 청정바다로 다시 태어났다는 소식이 반갑고, 한편으론 대견하다. 푸른 에메랄드 빛을 되찾은 만리포 사진이 본보 1면에 걸리는데 딱 10년이 걸렸다. 기름범벅이 됐던 굴 양식장과 함께 삶의 터전을 잃었던 주민들의 얼굴에도 희망이 피어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기적의 현장 만리포에 들어선 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선 그날의 유류피해 현장 및 복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새겨진 전시관 벽면과 희망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희망등대, 그리고 유류유출 사고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눈물을 형상화한 조형물에 대한 정보를 귀띔해 줬다.

세계가 극찬한 거대한 인간띠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 겨울의 바다가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 진다고…. 때마침 천북 굴 축제도 기다린다고 하니 이번 주말엔 딸아이 손을 잡고 태안으로 가 보련다.

상처를 극복하고 맑은 얼굴로 웃어줄 바다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고미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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