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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왜 아닌데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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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07 09:16 수정 2017-12-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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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왜요?'라고 묻지 않도록 배워왔다. 그러다 '왜?'라는 도발적인 물음은 창의적인 것 같았다. '왜 문화인가'라는 물음은 마치 문화에 길이 있을 것 같은 방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 물음을 따라 가다보니 문화활동가가 됐다. '왜 문화인가'는 전업예술가에서부터 나도 예술가라는 일반 시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일상의 문화경향을 파악하고 문화도시를 지향하는데 여전히 유효한 문제제기이자 명제다.

얼마 전 '왜'라는 물음은 뒤끝 없는 문제 제기로 끝나 버릴 수도 있지만, '왜 아닌데(why not?)'라는 물음은 반전시키고자하는 주체적 의지가 담겨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왜 음악인가'보다 '왜 음악이라야만 하는가', '왜 음악 아니면 안 되지'가 '왜 문화인가'보다 '왜 문화라야만 하는가', '왜 문화 아니면 안 되지'라는 물음에 붙들리게 된다.

마임공연자가 서울 어디 '행화탕'에서 공연한다고 했다. '행화'라는 단어가 그 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탕'은 왜 붙어 있나했다. 알고 보니 '행화탕'이라는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공연장이었다. 광주에서 행사 있어 갔더니 숙소가 '김냇과'라고 했다. '김냇과' 옆 숙소인가 했는데 이전에 '김냇과'였던 병원건물을 숙소 겸 복합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이름은 그대로 '김냇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대전의 소극장 연극을 보러갔는데 무대자리에 의자를 놓아 객석을 만들고, 전에 객석이었던 계단의자는 무대가 되었다. '왜 그러면 안 되는데(why not)'이다.

융합, 통섭이라는 개념이 각 분야에 접속된 지 오래 됐지만 여전히 예술 장르 간 융합은 쉬운 게 아니다. 뮤지컬을 처음 봤을 때 젊은이들이 좋아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뮤지컬은 젊은이들의 주 관람종목이 됐다. 관람료가 비싼데도 젊은이들은 그 비용을 치루고 있다. 뮤지컬에는 음악 미술 무용 문학 등 예술 전 장르가 결합돼 있다. 융합에는 '왜 그러면 안되는데(why not)라는 물음의 시도가 있었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아티언스 프로젝트를 대전문화재단이 7년째 진행 중이다. 대전시립미술관도 격년제로 진행해왔던 과학예술융합프로젝트 전시를 내년부터는 아예 대전비엔날레 라는 이름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화학연구원 정문 옆으로 멋진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다. 그곳 갤러리에는 화학과 미술을 결합한 기획 전시가 계속 열리고 있다. 엄중한 경계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던 국가연구기관이 문화로 소통한 것이다. '왜 그러면 안 되는데(why not)'이다. 이러한 물음의 반전들이 조만간 대전을 명실상부한 과학문화도시의 위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움직임은 2010년 이후 급속히 결집되고 있다. 지난주 국립중앙과학관 야외전시관에서 '아트 인 사이언스'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올해로 세번째 주최하는 전시로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과학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얻은 이미지를 전시해 왔는데, 천문연구원의 천체사진전, 국립생물자원관의 자생 동식물 세밀화전을 함께 전시했다. 전시장소를 제공한 국립중앙과학관은 일찌감치 문화유산의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해왔던 곳이어서 4개 기관의 '아트 인 사이언스' 취지를 잘 결합한 전시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상호협력의 네트워킹이기도 하며 'why not'의 결과이기도 하다.

'아트 인 사이언스' 전시는 12월25일까지 전시된다. 과학자들이 확대현미경으로 본 먼지, 혈관, 피부세포, 뇌세포, 췌장 등을 신비한 아름다움의 세계로 연출했다. 또한 천문연구원이 제공한 천체사진 우수작품 20점은 우주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제공한 세밀화전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동식물을 붓과 펜으로 그린 것이어서 친밀하면서도 사실적인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게다가 무료전시여서 여러 번 가도 좋을 듯하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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