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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 그리운 건 단순히 지나간 추억만일까. 아, 친구와 강의 땡땡이 치고 본 '와일드 오키드'의 미키 루크의 끈적한 눈빛과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어찌나 가슴 설레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린다. 아쉽다. 잘 만든 에로영화 한 편 왜 안 나오는 거지? 알고 보면 인생 참 별 거 아니다. 페르시아 고양이 털처럼 가벼운 게 인생살이다. 인생 뭐 있나.
치정멜로를 내세운 영화 '튤립 피버'는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 맥빠진 영화였지만 주제는 나름 가볍지 않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남녀의 덧없는 사랑을 버무렸다. 지금 한국 사회가 가상화폐(비트코인) 열풍에 몸살을 앓는 것처럼 그 당시 네덜란드는 튤립 투기에 빠져 튤립 종자가 하루아침에 천정부지로 올랐던 사회였다.
소피아는 동생들을 먹여 살리려 튤립 장사로 거부가 된 중년의 남자와 결혼한다. 노인이 되어가는 남편과 한송이 꽃처럼 이제 막 피어오르는 소피아. 남편은 자식을 바라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소피아는 초조하기만 하다. 그 둘 사이에 화가 얀이 비집고 들어온다. 돈을 보고 결혼한 탓에 삶이 지루한 소피아는 잘생긴 젊은 화가 얀과의 불같은 열정에 빠진다. 튤립 광풍에 휩쓸린 사람들처럼 이 청춘남녀는 사랑의 열병에 허우적거린다. 얀이 소피아를 그리는 장면은 흡사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릿이 떠올라 웃음이 쿡 나온다. 얀 역의 데인 드한이 어찌나 디카프리오를 닮았는지 영화에 몰입을 방해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 법. 튤립도 하루아침에 똥값이 되어 강에 뛰어드는 사람이 속출하 듯 남녀 간의 사랑도 한 순간이다. 열정은 사라지고 음모와 오해를 돌고 돌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다같이 잘 살게 될 거라는 암시가 영 시시하다. 청교도정신이 근간을 이루는 할리우드 영화가 권선징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선사한다. 대단한 치정극을 기대하고 봤다가 눈만 버렸다고 툴툴거릴 영화. 소피아로 나오는 배우의 몸매가 아름다운 건 인정!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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