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풍경은 고전적인 수요 공급의 법칙에 좌우된다. 금징어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6년 추석 지나고 한동안 두 자릿수 상승으로 그 징후가 뚜렷했다. 기대를 걸었던 작년 여름 이후에도 오징어 생산량은 바닥을 쳤다. 이것은 세네갈 갈치, 노르웨이 고등어, 알래스카 조기, 미국 가자미, 러시아 동태 수입과 결이 다소 다르다. 지난 7년간 오징어 수입액 증가율이 급증했지만 공급량 조절에 따른 가격 안정은 쉽지 않다.
갑오징어도 생산량 감소로 종묘를 방류할 지경에 이르렀다. TV 프로그램 '도시어부'에서 탤런트 이경규·이덕화 씨가 한 마리 잡고 희희낙락하는 내막을 알고 보면 씁쓸하다. 낙지, 문어, 오징어 등 두족류는 신경계가 정교하다며 '명예 척추동물'로 인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왕오징어의 농구공 크기인 눈은 천적인 향유고래 식별이 주된 임무다.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뇌는 턱없이 작다.
바로 이 대왕오징어잡이도 예전 같지가 않다. 전 세계 어장이 변하고 있어서다. 북미 해안에서는 열대어종인 참치와 황새치가 잘 잡힌다. 우리 연근해에서 고등어, 멸치, 오징어 어획량은 반 토막 이하이고, 공식통계상 어획량 0인 명태는 상업적 멸종 상태다. 국민 1인당 오징어를 포함한 수산물 소비량은 58.2㎏으로 노르웨이와 일본을 앞질렀다. 소비량 1위 국가답게 세계 생산량이나 거래량 추이까지 잘 챙겨봐야 할 것 같다.
10년 전만 해도 오징어 농사는 풍어였다. 오징어 포식자가 줄고 개체 수가 늘었다. 냉동 오징어 18㎏ 1상자에 1만1000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와 남획 등으로 변수가 생겼다. 연안국들의 자원민족주의 강화로 원양어업도 힘겹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는 북한 수역에서 남하하는데 그 길목을 지키는 중국 어선들이 무차별 싹쓸이를 한다. 어장 자체가 북상한 데다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이 자국 수역의 조업권을 팔았다.
수요 공급의 법칙이 여기서 예기치 않게 꼬인 것이다. 수산물은 공급량이 부족한데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종종 있다. 지금 그럴 가능성은 수산산업 전망으로 봐서 희박하다. 다만 중국인이 특정 먹거리를 선호하면 가격 변동성이 커져 '금값'이 되기도 한다. 중국 내륙지역의 오징어 소비 증가는 주시할 부분이다. 결국 수급 조절인데, 설 명절 앞에 정부 비축 오징어를 방출해 가격이 꺾일는지 의문이다. 지난 며칠 사이에도 오징어 값이 15% 더 올라 밥상물가를 올리고 있다. 체감물가는 더 높다.
그래도 끝까지 믿을 구석은 어획량 회복이다. 새로 UN이 내놓은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에서는 동해와 서해 북한 수역에 조업권 거래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금징어 아닌 오징어를 먹게 될지 여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에 달린 셈이다. 국제사회를 믿고 또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경제학 원리를 다시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최충식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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