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웃음, 여유와 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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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웃음, 여유와 위트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1-19 00:00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링컨
링컨
하루는 집을 나서는데, 지하주차장 층간 통로에 차가 세워 있더군요. 회전하자마자 나타난 생각지 못한 장애물에 깜짝 놀랐습니다. 몹시 언짢고 기분이 상했지만 그냥 지나쳤지요. 며칠 후 같은 장소에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또 주차되어 있는 것입니다. 주차질서나 예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유발 목적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관리사무소로 갔습니다. 다짜고짜 언성을 높였지요. 그저 좋은 말로 알리는 정도 가지고 시정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몇 날 후, 이번엔 다른 차가 그 자리에 세워져 있더군요. 이 건 뭐지? 밖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습니다. 지상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더군요.

겨울이 아닌 경우, 지하 2층 주차장은 한산합니다. 눈이 오니 모두 지하주차장을 찾은 모양입니다. 그간 늦게 귀가한 일이 없지요. 늦은 시간 주차 상황을 알 수 없었어요. 생각해 보니, 지하 2층에서 나오며 주차한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늦게 귀가하여 주차 공간 찾다가, 어쩔 수 없이 주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스레 지나치게 얘기했다는, 미안하고 민망한 생각이 들었어요.

미워하며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요? 정이 없는 각박한 사회 몹시 싫어하는데요. 저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음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성급하게 굴지 않고 너그럽게 사리 판단하는 마음 상태를 여유라 합니다. 물론,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로 정의하기도 하지요. 깊은 숨 서너 차례 쉴 여유만 가졌어도 위와 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여유, 그것이 배려요, 존중과 사랑입니다. 후덕함이요.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현대 질병의 근원이란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필자뿐이겠습니까? 때때로 사회가 온통 조급증에 걸려 있어 보입니다. 폭주하는 기관차나 스트레스 증폭기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심리적 압박감, 많아도 문제, 적어도 걱정이지요. 통제력도 스트레스가 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통제하려 할 때도 스트레스를 느낀다더군요. 그런가하면 적절한 압박이 필요한가봅니다. 우리 정신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압박이나 자극이 필요하답니다. 아무런 자극이나 스트레스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온전한 정신을 가질 수 없답니다. 해소법의 하나로, 스트레스가 없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자고 하더군요. 휴식, 조깅 등 적당한 운동, 취미생활, 웃기, 음악(자연의 소리)듣기 등 스트레스 해소법이 엄청나게 많이 눈에 띕니다. 자기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하겠지요. 거기에 여유를 첨가 해 보시지요. 나아가 우스개나 위트로 풀어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위트가 있어야 한다더군요. 많이 알려진 이야기 하나 보고 갈까요?

링컨이 젊어서 급히 시내에 나갈 일이 생겼다. 말과 마차가 없었다. 마침 시내 방향으로 마차를 몰고 가는 노신사를 발견했다.

"죄송하지만 제 외투를 시내까지 갖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시내에서 옷 받을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지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외투 안에 제가 있을 테니까요."

이런 식으로 부탁하면 거절할 수 있을까요? 상호 심리적 압박이 있을까요? 재미있었나 봐요. 김동길(金東吉, 1928 ~) 교수가 쓴 『대통령의 웃음』 읽은 지 오래지만, 뇌리에 남았어요. 말하는 사람 여유와 받는 사람의 즐거움이 아닐까합니다.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쉽게 생각해도 여유를 잃게 되더군요. 전혀 배려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지요. 누구도 업신여길 수야 없는 일 아니겠어요? 나아가, 안하무인眼下無人, 눈 아래에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듯, 방자하고 교만해지지요. 다른 사람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항상 자신이 상대보다 거대하며, 자신이 더 위대하다, 자신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상대는 갈수록 작아진다 생각하지요. 마치 자신은 우주가 되고, 상대방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생각하지요.

여유는 생각, 태도, 사상 따위를 마음에 품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지를 당연시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다른 이의 어리석음을 상대하려 한다는군요. 가끔은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자신을 바로 알아야 세상 보는 지혜가 생긴답니다. 상대를 배려할 때 동반자가, 이웃이 만들어진답니다. 여유로 우스개를, 세상을 온통 웃음으로 전염시키면 어떨까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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