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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확산에 대중교통 꺼리는 남성들

대전 시내버스서 여성 신체접촉 이뤄질까 전전긍긍
정류장 빈자리도 여성 앉으면 서서 기다리는 모습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대신 택시 이용하는 이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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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13 09:56 수정 2018-03-13 15:36 | 신문게재 2018-03-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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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사진11
'미투(me too) 운동' 확산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몰릴까 두려워 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여성과의 신체접촉으로 성폭력범으로 오해받을까 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대중교통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12일 오후 6시와 13일 오전 8시, 이틀간 출·퇴근 시간 혼잡한 시내버스 남성들의 표정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미투 운동 문화 확산으로,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자칫 원하지 않게 신체가 접촉됐을 때 성폭력범으로 몰릴까 몸이 움추려 드는 것.

한 남성은 발 디딜 틈 없는 버스에서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거나 외투 안에 손을 넣고 다리로 버스의 흔들림을 지탱했다. 직장인 편 모(35) 씨는 "미투 운동으로 한참 조심해야 하는 이때 성추행으로 오해받으면 어쩌나 버스를 탈 때마다 난처하다"며 "사람이 꽉 찬 버스에서는 버스가 흔들릴 때 자칫 어깨 등으로 여성을 접촉할까 두렵다"고 난감해 했다.

일명 투탕카멘 자세를 취한 남성도 여럿 보였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관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두 손을 가슴에 교차한 자세다. 직장인 이 모(46) 씨는 "요즘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에 타면 자연히 이 자세를 취하게 된다"며 "팔을 내리고 있다가 여성과 접촉하면 주위에서 받는 시선 등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청역 인근 버스는 2~3명가량 탑승할 수 있는 버스의 공간이 보였지만 남성들은 들어가기를 주저했다. 마지막에 탑승한 여성의 뒤에 바짝 붙을까 봐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버스 기사가 "타도된다"고 외쳤지만, 다들 꺼림칙한 듯 탑승구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 결국, 버스는 문을 수차례 여닫다 2분여를 지체하고 나서야 출발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앉지 않은 모습도 연출됐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앉는 좌석이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4개의 자리에 2명의 여성이 앉았지만, 5명이나 되는 남성들은 앉지 않고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신 모(17) 군은 "자리가 남아도 여성 옆자리면 일부러 앉지 않는다"며 "미투 운동 문화로 괜스레 위축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대에 남성들이 대중교통을 피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 모(34) 씨는 "일주일 전부터 출근할 때 택시를 이용한다"며 "비용은 비싸지만, 한순간 오해를 사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보다 이게 더 나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여성을 경계하는 남성들의 행동에 대중교통 운전기사들도 운행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13년 경력의 버스 기사 이 모(57) 씨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객들이 최대한 안쪽까지 위치해야 하는데 최근엔 안쪽으로 들어가시라고 해도 통제대로 안 된다"며 "버스 운전을 시작하고 요즘처럼 정시율을 맞추기 어려운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방원기·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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