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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칼럼]이명박 검찰 소환… “다스는 MB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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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14 09:44 수정 2018-03-14 10:52 | 신문게재 2018-03-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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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배고픕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보면서 2007년 대선 당시의 선거 광고를 다시 돌려본다. 서민 친화력을 겨냥한 연출과 뻔한 서사 구조이긴 하지만 유튜브 동영상 캡처를 하고 보니 더없이 칙칙하다. "밥 더 줘? 퍼먹어 이놈아!" "밥 잘 처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잉." 대통령 사진을 가게에 영광스레 모셔놓고 장사하던 '국밥집' 그 할머니는 가게 월세도 못 내는 딱한 처지로 한 번 더 화제가 됐다.

누가 뭐래도 MB는 성공한 기업인, 경제 대통령 이미지가 대선 당시에 먹혔다. '야망의 세월'이란 KBS 주말드라마 모티브가 될 만큼 샐러리맨 성공 신화였다. 대선 기간만이 아닌 전 생애가 조명돼야 한다는 점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MB에겐 가족 콤플렉스가 도사리고 있다. 중학생 이명박에게 장사해서 형이나 도우라던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헌옷을 물려준 형에 대한 경쟁심이라는 강한 상승욕구가 그를 키웠다.

동생 MB가 대통령일 때 형 이상득은 막강 실세였다. '만사형(兄)통'은 권력 사유화 위험을 경계한 표현이기도 했다. 형은 며칠 앞서 검찰에 나와 동생의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 MB에 적용된 범죄의 핵심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불법자금 수수 등 110억원대 뇌물 의혹이다. 스태프(참모), 라인(관리직), 프런트(실전부대) 등 측근 그룹이 돌아서준 덕에 인터넷과 SNS에 넘쳐나던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실소유 관계의 실마리가 풀려간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공공성 결여로 나타난 단적인 사례다.

구조적으로는 당선에만 몰두하고 당선 후의 리더십과 역사 인식도 없이 국정 수행 준비가 부족한 것이 우리 대통령제 문제였다. 이승만은 4·19로 미국 망명, 윤보선은 시국사건 사법처리, 박정희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피살, 전두환·노태우는 비자금과 군사반란 등으로 사형 또는 무기 선고, 김영삼·김대중 아들의 사법처리. 노무현의 검찰 수사와 사망, 탄핵되고 1심 선고를 기다리는 박근혜. 뒤를 이어 역대 가장 도덕적 정권이 될 거라고 장담하던 MB가 퇴임 5년 만에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일신의 영화와 법적 권력, 대통령직의 권위, 국정관리 능력 전부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또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법 감정도 복잡미묘하다.

이것은 개인이나 정권, 보수 진영의 실패가 아닌 국가 운영의 실패,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실패를 뜻한다. 전직 대통령의 몰락이 그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뼈아픈 이유다. "열심히 땀 흘리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 국민성공시대를 위해 이명박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탐욕에 눈먼 결과로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등 20여 가지 혐의의 퍼즐조각을 맞추는 일만 남아 있다. 맛대가리 없는 "복수의 일념", "정치 보복" 주장을 또 들으니 욕설만이 질펀한 대선 광고 속 국밥집에라도 다녀온 기분이다. 망명, 피살, 투옥 등 극단의 정치사는 MB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검찰에 출두한 전직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빛나게 증명한다고도 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헌정사가 암울한 대통령 수난사로 다시 얼룩진 건 모두에게 불행이다.
최충식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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