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개헌과 관련 여당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당정(黨政) 엇박자를 자초하고 했다는 비판과 수도관련법 제정이 기약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이같은 결정은 문 대통령이 대선 전후 행정수도 완성 의지를 수차례 밝힌 것과도 상충되는 것이어서 충청권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문 대통령 개헌안 총강·경제·지방분권과 관련한 사항을 발표한 가운데 충청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수도조항이 헌법 총강 개정안에 신설됐다. 이 조문은 헌법 총강 제3조 영토 조항 뒤에 삽입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으므로, 이번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수도조항 신설로 14년 전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들어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내린 위헌판결 족쇄를 풀고 행정수도를 재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헌재는 헌법에 새로운 수도조항을 신설해야만 실효(失效)된다고 봤다. 때문에 개헌을 통해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되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효력을 잃고 법률로 행정수도 또는 경제수도 등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지금의 청와대 논리다.
하지만, 충청권의 생각은 다르다. 명확하게 헌법에 '세종시=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헌법적 근거가 없이는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수정안'에서 볼 수 있듯이 정권 성향이나 국회 의석수 변화에 따라 이 사안이 정략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가 밝힌 문 대통령 개헌안 대로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과연 수도 관련 법률제정을 누가 어떻게 추진할런지 여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이와 관련 "국회에 수도관련법안 제정 의무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 경제 등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가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법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런지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경우에 따라선 국회가 행정부에 관련법안 제출을 거꾸로 요구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개헌 정국에서 헌법에 명문화되지 않고선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약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문 대통령 개헌안은 여당 개헌당론과 대선공약과도 상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초 개헌당론을 발표하면서 헌법 제3조(영토)와 제4조(남북통일) 사이에 '대한민국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한다'라고 당론을 정한 바 있다. 청와대가 이날 정한 법률위임은 이같은 여당 입장과 다를뿐더러 오히려 행정수도에 대한 의지가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후 "국민동의를 전제로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것과도 배치되는 결정이다.
충청권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문 대통령 개헌안에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가 아닌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라는 문안을 선택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며 "'법률 위임'이라는 하책으로 쉽게 가려다가 행정수도 완성을 통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려는 국가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 핏대를 세웠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