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고속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점자블록이 부실하게 부착돼 낙상사고를 초래하고 있다. |
바닥에 접착제로 붙인 점자블록이 떨어져 대합실을 굴러다니는 등 지금도 터미널을 찾은 시민이 부상 당할 수 있는 환경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 6일 낮 12시쯤 세종시에 사는 딸을 만나고 서울로 돌아가려 대평동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A(69·여)씨는 버스 대신 119구급차에 실리고 말았다.
고속버스를 탑승하는 승차장으로 걸어가던 중 바닥에 점자블록을 밟는 순간 미끄러지며 바닥에 심하게 넘어진 것.
고정돼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점자블록은 바닥과 분리돼 있었고, 이걸 밟은 A씨는 점자블록과 미끄러지며 바닥에 왼쪽 무릎을 쪘다.
A씨는 왼쪽 무릎에 뼈가 조각나는 12주 이상의 중상을 입고 최근 수술을 진행해 입원 중이다.
자녀 B씨는 “장애인과 약시자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바닥에 고정돼 있지 않았는데 이게 있을 수 있나”라며 “터미널 측은 대합실에 쓰러진 어머니를 병원까지 동행하지도, 부상정도를 먼저 물어오지도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열흘 지난 16일 기자가 찾은 세종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은 사고를 예방하려 개선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출입구부터 대합실을 거쳐 매표소, 승차장까지 바닥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는데 바닥 고정상태가 여전히 부실했다.
접착제로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한 점자블록은 이미 바닥에서 떨어져 온데간데없고 거뭇거뭇한 흔적만 남아 있다.
그나마 바닥에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자블록도 손으로 잡아서 당기면 접착제가 늘어지며 그대로 떨어질 것처럼 고정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비·바람을 맞으며 며칠 지나면 바닥과 이탈되고 그걸 터미널 이용객이 밟아 낙상하는 사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 모습. |
이날 기자가 직접 세어본 결과 1층 터미널 내 최소 12장의 점자블록이 이탈된 채 사라졌고, 이들은 모두 접착제 방식의 시공이었다.
장애인을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점자블록은 여러 시공방식이 있으나 터미널처럼 외부환경에 노출된 곳은 나사로 고정하거나 매립하는 게 정석이다.
이에대해 터미널 측은 “현장보존” 또는 “떨어지면 나사를 박으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세종 고속·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는 “터미널 운영을 인수 받을 때부터 문제가 있던 건데 우리가 블록 떨어질 때마다 나사를 박고 있다”며 “그나마 지금도 많이 고정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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