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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글을 쓰는 이유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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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15 00:00 수정 2018-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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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450
'행복찾기'라는 연재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행복"에 대해서 얼마 전에 쓴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게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한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제게 "왜 글을 쓰느냐?"고 물어보신다면 '행복하기 위해'라고 답을 하는 것은 좀 민망한 것이 사실입니다. 글을 쓰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글을 쓰기 때문에 반드시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 때도 있고 또 때때로 우울하거나 기분이 언짢을 때, 글을 쓴다고 해서 솔직히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고, 엄격히 말하면 우울하거나 기분이 나쁠 때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보통 글을 쓸 때, 대부분 많은 분들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주제가 주어져서 그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야 한다면 적어도 주제가 정해졌기 때문에 주제를 구상하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제가 주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글을 전개해 갈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도 고민해야 하고, 문장 구성과 표현과 표기도 그렇고 문법에도 어긋나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서 또 고민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글을 쓴다는 것이 대부분의 분들에게는 기쁨이나 행복이 아니라 고통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인내와 고통과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또 다른 망설임이 앞선다고 합니다. 그 망설임은 혹시나 쓰는 글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어떤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글은 글을 쓰는 순간 그 글은 더 이상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합니다. 비록 자신이 글을 썼다고 하지만 그 글이 자기 자신의 글이 아니라는 예는 참 많이 있습니다. 만약 논술시험의 답안을 쓸 경우, 그 답안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제시된 문제를 분석하고 나름대로 논리적인 답안을 썼다고 하더라도 그 글은 문제를 제출한 분의 판단에 따라 평가를 받는 글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순간 그 글이 남의 글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에서 보면,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쓰는 일기조차도, 그 일기는 언제가 되었건 그리고 어떤 방식이 되었건 다른 사람이 읽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쓰는 글이라고 주장합니다. 만약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이런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한다면, 글은 어떤 방식이 되었건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나 두려움을 갖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말에 동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 생각을 그냥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쓰는 글은 남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남에게 평가 받기 위해 쓰는 글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물론 지금 쓰고 있는 '행복찾기'와 같은 연재 글은 당연히 언론에 실리는 글이기 때문에 내가 아는 지인은 물론이고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읽고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게는 글을 쓰는 목적이 남을 위해 쓰는 글이라기보다는 나를 위해 쓰는 글이기 때문에 이런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덜 한 편입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쓰면서 평소 내가 가져온 생각을 글을 통해 표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고, 이런 평소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보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의 한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는 글을 쓰면서 나는 어떤 사안에 대해 내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고, 또 글을 통해 자기반성을 할 기회를 갖기도 하고, 또 때로는 글을 통해 내 스스로를 다짐하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때로는 글이 남을 배려하는 것을 잊기도 하고 또 때로는 너무나도 이기적인 자기주장을 글을 통해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글의 내용이나 구성이 논리적이 아닐 수도 있고 자기중심적인 억지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글을 통해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내가 글을 쓰지 않는다면 다른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물론 '소통'이라는 중요한 결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내 스스로에게 소통하는 과정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내가 글을 통해서 내 생각을 비록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주의적으로 억지주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내 스스로에게 소통하는 것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소통'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인식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소통'은 '나와 남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남과 소통하고, 남과 내가 소통하는 것 이전에 내가 나와 소통하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나와 소통하지 않고 아집과 독선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때, 내가 과연 남과 소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하다고 합니다. 남에게는 허용될 수 없는 것도 자신에게는 허용되고 묵인되고 인정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내가 남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기 스스로에게 관대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스스로에게 보다 객관적이고 또 때로는 비판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 스스로와 소통하는 한 형태일 수 있고, 내 경우는 바로 글을 쓰는 것이 바로 나와의 소통을 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내가 비록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쓰여 진 글을 내 스스로가 다시 보는 것을 통해 내 스스로는 나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따라서 나와의 소통을 위한 글은 그 글이 잘 쓰여 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비록 투박하더라도 그 글은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소통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한 학기를 보내며 나를 반성하는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이 반성의 글을 통해 나와 내가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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