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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통]주 52시간 근무, 허상과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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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7-11 10:12 수정 2018-07-11 10:12 | 신문게재 2018-07-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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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주목도를 높이려는 페이크 광고의 '퇴근압박시계' 편처럼 낯설고 새로운 풍경을 본다. 남의 타이밍(시간)만 중시하느라 자신의 타이밍엔 눈감고 사는 언론계가 주 52시간 노동 시대에 슬슬 반응한 것이다. 300인 이상 신문사와 뉴스통신사 중 연합뉴스는 특히 사내 퇴근 독려방송까지 하고 나섰다. 언론동네 경험으로는 이례적인 이 신기성은 뉴스거리가 된다.

다만 낙하산에 실려 퇴근시간에 펑 터지는 시계폭탄처럼 원리가 단순하지 않다. 수도권과 충남 등 버스 업체의 비인기노선 폐지 추진은 그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추가 채용해야 할 운전기사는 그저 탁상 위의 계획이다. 안 지키면 불법이고 위법인 52시간제의 파장이 6개월 처벌 유예로 일시 땜질은 됐지만 교통약자들에겐 시한폭탄 같은 소리다.

설계가 정교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끌어안는 주 52시간 '규제 디자인'의 이상 때문이다. 우리의 단골 비교 대상인 OECD 국가에서 네덜란드는 주당 평균 30시간 노동한다. 2000년부터는 파트타임 요구권도 부여됐다. '종속의 효과'로, 기다리게 한 사람(시간을 부여한 사람)이 기다린 사람(시간을 부여받은 사람)보다 우월적이지만 꼭 그렇지 않다. 실업률이 유럽 최저인 네덜란드와 실질 실업자 300여만 명의 대한민국을 나란히 비교하는 자체부터 아무래도 무리이긴 하다.

주 5일도 설익었는데 저 먼 데서는 주 4일 근무시대까지 들썩이고 있다. 진짜 문제는 업계 생태계를 못 보고 노동시간 단축을 무슨 저성장 해결과 완전고용의 도깨비 방망이로 아는 무모함이다. 노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정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는 모든 공장에서 주 5일 근무를 시행했다.… 주당 근무일수 단축은 곧 일반화될 것이다." 1926년 10월의 언론 기고문에 빛나는 헨리 포드의 배짱은 현실이 되고 있다. 19세기 초반 영국의 하루 12시간 노동도 사실이고 18세기 초반 프랑스의 연간 180여일 노동도 사실이다. 최근에도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의 업(業)이 꽤 있다.

내친김에 종합해보면 인류의 선조들도 죽도록 수렵·채집만 하진 않았다. 1~2일 또는 며칠 몰아서 사냥하고 쉬고 또 사냥했다. 현존하는 호주 원주민은 하루 4~5시간, 콩고 부시맨은 주당 1.5~2일(하루 6시간) 일했다. 그들 식의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을 따라 하다간 굶어 죽기 딱 알맞다. 주 52시간(법정 40시간과 연장 12시간) 노동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술을 갖춘 '시간 지배자'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래서 기존 생산성 유지에 12조원의 추가 인건비 소요가 예상된다.

정부는 또 돈이다. 52시간 근무로 줄어든 임금을 인당 월 40만원까지 지원하겠다는 안을 꺼내든다. 언제까지 돈으로 막을는지 모르지만 사용자 입장은 생산과 매출 감소, 인건비 증가의 부메랑이 걱정이다. 저녁이 없는 삶, 저녁밥 없는 삶 모두 불행하다. 세상일에는 빙빙 돌아서 목적지에 가야 할 경우가 있다. 한 부모 쌍둥이 같은 최소임금제와 노동시장 단축 행보가 실질임금 축소나 고용 불안으로 가지 않으려면 처벌 유예 6개월이 응급처방 아닌 수술의 시간이 돼야 한다. 지금은 뒷날 허망한 '폭탄 돌리기'가 안 될 방도를 찾을 바로 그 시간이다.
최충식 캐리커처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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