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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전판 AB(Anything But) 증후군

전유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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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7-11 14:53 수정 2018-07-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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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자 미국에서는 'ABC(Anything But Clinton)'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전임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이 한 일이면 뭐든지 뒤집는다 해서 미국 언론들이 이러한 표현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8년이 흘러 2009년 오바마 정권이 출범하면서는 다른 의미의 'ABC(Chris)'가 등장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대사가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과 정반대로만 가면 된다는 식이라고 해서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수장이 들어선 전국 지자체의 모습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전임 시장이나 구청장이 밀던 정책은 뒤집히고 전 정권 사람으로 보이면 대부분 교체되고 만다. 일종의 전임자 색채 지우기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업을 맡고 있는지 개개인의 능력이나 적성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인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시민들이 수십 년간 추진 필요성을 제기해 온 숙원 사업조차 가뿐히 배제되기 마련이다.

며칠 전 취재한 대덕구 천변고속화도로 통행료 폐지 문제도 그렇다. 출퇴근 시간대에 상습적인 정체 현상이 일어나 유료도로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대덕구민들이 수년 간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해온 내용이다. 통행료를 폐지하던지 아니면 하이패스 결제 시스템이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데 두 가지 안 모두 행정당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지만 아예 손 놓고 있는 상태다. 불과 2달 전만 해도 이 문제는 줄곧 도마 위에 올랐는데도 말이다. 사실관계 확인차 여러 차례 전화를 걸던 와중에 누군가 "아니, 이걸 지금 왜 물어보세요?"라며 되물었다.

정권이 바뀌면 구정 운영에 대한 가치나 철학이 달라지면서 변화가 있는 게 불가피한 면이 있다. 어느 정도 정책 방향이나 사람을 바꾸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의욕이 넘쳐 구정의 기본까지 놓쳐 버릴까 봐 우려된다. 구민들의 가장 기초적인 복지나 다름없는 교통 문제까지 전 청장 정책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주려고 하기보다도 먼저 구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헤아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전유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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