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우체국 강남영 집배원이 폭염경보가 내려진 20일 오후 우편물을 배송하고 있다. |
땡볕 아래서 몇 시간씩 우편을 배송하느라 땀에 젖은 옷은 하루 이상 입을 수 없고, 탈진을 피하려 식용소금을 입에 물고 현장을 누비는 실정이다.
지난 20일 오후 2시, 세종우체국 강남영(29) 집배원은 최고기온 36.9도의 폭염경보가 내려진 세종시 일대를 오토바이를 타고 쉼 없이 오갔다.
강 씨가 담당한 보람동 아파트 3개 단지 2000여세대와 상가에 약속된 우편물을 배송하려 오전 8시 30분부터 쉴 틈 없이 오가는 중이었다.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옷은 땀에 젖은 지 오래고, 우편물에 혹시 땀이 떨어질까 이마를 연신 닦아내기에 바빴다.
세대에 방문하는 동안 승강기나 계단이 그나마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지만, 숨 막히는 뜨거운 공기는 여전했다.
오토바이에 오를 때 달궈진 의자와 손잡이가 몸에 닿으며 소름까지 돋아도 묵묵히 참으며 다음 아파트단지로 옮겨 갔다.
집배원 강 씨는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오후 6시 넘어서는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더운 시간이라도 배송을 늦출 수 없다"며 "고객들이 고생 많다며 집에서 물이나 아이스크림을 내어줘 그나마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우체국 집배원들이 한여름 우편배송에 따른 탈진을 피하기 위해 먹는 식용소금. |
우정사업본부가 집계한 시·도별 우편 배달물 수를 보면 세종시의 2012년 총 배달물 수는 686만통에서 2015년 1539만통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917만통까지 폭증했다.
같은 기간 전국평균 배송물 수는 22.7% 감소했고, 대전·충북·충남의 우편물도 1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배송물 증가는 집배원의 업무량으로 이어져 현재 세종우체국 집배원 68명이 쉬는 시간을 쪼개며 감당하고 있다.
주52시간제 영향으로 추가근무가 제한되면서 최근 재산세 고지서를 배송할 때는 국장까지 우편배달을 담당했고, 지금도 일부 내근 근무자들은 우편 배송업무를 직접 하고 있다.
강영덕 노조 세종우체국지부 교육홍보부장은 "세종에서 집배원이 담당할 배송물량은 빠르게 늘어나도 증원은 더디게 이뤄져 내 일을 끝내고 옆 동료의 우편물을 추가로 배송하는 실정"이라며 "사고 없는 우편배송에 필요한 적정한 인원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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