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문화 > 만약에

[만약에] 77. 고등학교도 순위 매긴다면?

장독과 어린이는 얼지 않는다

  • 폰트 작게
  • 폰트 크게

입력 2018-11-09 00:00 수정 2018-11-09 00: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
  • 밴드
  • 프린트
오는 11월 15일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날이다. 이날엔 필자의 사촌 동생 아들도 시험을 본다.

그날 수능을 치르는 녀석에게 필자는 유일한 '큰아버지'가 된다. 제 누나(필자의 딸)를 본받아 반드시 명문대에 가겠노라 다짐했던 사촌 동생 아들이 이른바 '수능 대박'을 꼭 이루길 바라면서 글을 시작한다.

말도 많았던 숙명여고 시험지 문제 유출의 당사자로 지목된 쌍둥이 딸 아버지가 구속됐다. 전직 교무부장이었던 쌍둥이 딸 아버지는 서울 숙명여고에 재직하면서 2학년에 다니는 자신의 딸들에게 정기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구속되면서도 한사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는데 하지만 정황상으로만 보더라도 쉬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너무도 많다는 게 세간의 여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에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문과 전교 121등과, 이과 전교 59등이었던 두 딸의 성적이 순식간에 전교 1등으로 수직상승했기 때문이다. 학생 성적이 신기한 조화를 부리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 '도깨비감투'도 아닐진대 어찌 하루아침에 그처럼 신통방통의 요술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구속까지 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두 딸의 성적을 '고의적으로' 올려준 부끄러움의 백일하(白日下) 증명일 터다. 자녀의 수능을 치러본 부모들은 다 아는 상식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능을 맞는 해(年)엔 수험생이 바로 '집안의 가장 어르신'이란 것이다. 따라서 부부싸움을 할 적에도 집 밖으로 나가 수험생인 자녀가 모르게끔 채비해야 했다. 이는 어떠한 것으로라도 자녀의 면학에 지장을 주면 안 되는 때문의 당연한 대처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신들의 성적을 올려준 혐의로 구속되어 급기야 '부도덕한 교사'로까지 찍힌 아버지로 인해 쌍둥이 딸들까지 사면초가에 빠졌음은 상식이다. 공부에의 전념은 고사하고 경찰 출석과 더불어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겪을 게 뻔한 때문이다.

고루한 주장일지 몰라도 교사란 정직(正直)이 철심(단단하여 쉽사리 변하지 아니하는 굳은 마음)으로 공고화한 일종의 성직(聖職)이어야 한다.

수능(修能)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이 걸린 실로 중차대한 평가다. 한데 두 딸의 이기적인 아버지는 그 막중한 기회마저 수탈(收奪)하고야 말았다.

흡사 찌그러진 달처럼 그렇게 모양새까지 구긴 건 숙명여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에 전국의 고등학교도 순위를 매긴다면 과연 어찌 될까?

지난 10월 30일 미국의 대학과 병원 순위평가로 유명한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2019년 글로벌 대학 평가 순위를 공개했다. 이번 글로벌 순위에서도 1위는 역시나 100점 만점을 받은 미국의 하버드대로 확인됐다.

2위는 97.6점을 받은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3위는 93.8점을 받은 미국의 스탠퍼드대라고 했다. 이번 평가에서 국내 대학으로는 서울대가 가장 높은 129위(65.1점)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는 성균관대가 188위(60.7점)로 200위권 안에 들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공동 217위(59점), 고려대는 공동 276위(56점), 연세대는 공동 316위(54.3점), 포항공대는 공동 322위(54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순위 매김에서도 볼 수 있듯 어느 대학과 고교를 나왔느냐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커다란 자부심이다. 얼마 전 필자는 대전시 홍보블로그 기자의 자격으로 대전 시내 모 고교의 동문들이 참여하는 문화제 취재를 했다.

그 행사를 취재하면서도 느낀 바 소회이지만 그건 바로 '나도 저런 명문고를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점이었다. 필자의 글을 유심히 본 독자라면 이미 알았겠지만 필자는 중학교조차 진학하지 못했다.

따라서 남들처럼 중학교와 고교, 그리고 대학의 동창회는 언감생심의 신기루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이따금 느끼는 나의 처지는 마치 '하네크'와 같다는 것이다. 하네크는 야크와 소의 사이에서 태어난 동물이다.

몽골 유목민들과 생활하는 하네크는 그러니까 힘에 세서 평생 일만 하다 죽는 그런 비극적 운명의 소유 동물인 셈이다.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 대접을 받는 연유는 아이들이 모두 소위 명문대를 나온 덕분이다.

겨울이 목전에 다가오기에 문득 떠오르는 속담이 하나 있다. '장독과 어린이는 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어린아이들은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추운지 모르고 잘 논다는 의미다.

환경이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핑계 삼지 않고 동량으로 잘 자라준 자녀에 대한 비유로서도 이만한 속담이 없는 셈이다. 교사의 부끄러운 일탈로 말미암아 브랜드 가치까지 추락한 숙명여고를 보면서 새삼 또 다른 속담인 '잠을 자야 꿈을 꾸지'라는 것이 돌출된다.

이는 원인 없이 결과를 바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기에 수능을 앞둔 즈음에도 시의적절하게 걸맞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인물-210

포토뉴스

  • 한국수자원공사 창립 51주년 기념식 한국수자원공사 창립 51주년 기념식

  •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는 수험생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는 수험생

  • “우리 딸, 파이팅” “우리 딸, 파이팅”

  • 목이 터져라 외치는 수능 응원 목이 터져라 외치는 수능 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