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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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꽃"

장항중앙초등학교 교사 김연희

  • 승인 2019-03-20 08:00
  • 유희성 기자유희성 기자
20190321 꽃 (장항중앙초 교사 김연희)
장항중앙초등학교 교사 김연희
지금 주위는 온 천지가 꽃으로 덥혀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이 시가 자꾸 생각난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보았을 김춘수의 꽃. 다시 읽어보니 너무 아름다운 시 같다. 나에게 있어 꽃이란 우리 아이들, 바로 학생들이다. 나에게 있어 꽃, 그 이야기에 대해 조금 나누고자 한다.

중등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진로에 대한 갈등으로 고민하였다. 교직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이 그저 부모님께서 결정해 주신 진로. 국어과 중등 2급 정교사. 나에게 임용고시라는 것은 그냥 술술 외우는 영어 단어 정도. 결과야 뻔했던 것 같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뒤,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은 말 그대로 현실 그 자체였다. 직업 또한 선택의 여지없이 학원 강사. 돈을 벌고 실적을 내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관리하는 그런 모습, 어느덧 영업사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런 사회생활은 교직에 대한 목표의식을 확고하게 해 주었다. '참교사로서 앞으로의 내 인생을 살아보자.' 철없던 생각이었지만 이 하나의 계기가 나를 교사로서의 길을 가게 만들었다.

곧바로 초등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가게 되었고, 초등 교사라는 직업은 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교대에서의 시간은 아무런 목표의식 없이 배우던 그 시절의 내가 아니었다. 초등 교사를 꿈꾸며 어떠한 교사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따뜻한 미소와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교사이고, 아이들이 나와 함께하며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꿈꾸면서.

2006년 3월, 신규교사로서의 첫 발걸음. 나는 아이들에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교사상 즉 나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교직을 전문업으로 삼는 교사들이 내 주위에서 인정받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아닌데. 딜레마에 빠졌다. 어느 순간 내 모습 또한 교직을 전문업으로 인식하는 삶을 밝아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학생들보다 과도한 내 업무가 먼저, 학생들과 함께 하는 한 시간의 수업보다 눈에 보여지는 여러 대회들의 성과가 먼저였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어렵게 그리고 꿈꾸던 나의 교사상.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우선 순위를 학생들에게 두기로 하였다. 다시 시작하였다. 결국 아이들을 통해 정녕 이론으로 알고 있었던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고, 함께하는 동반자, 격려자로서의 모습으로 다가갈 때 진정한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걸. 큰 깨달음이었다."청아쌤! 사랑합니다." 학생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은은한 눈빛 하나가 나에게 큰 희망을 안겨 준다. "수업을 보니 선생님께서 얼마나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시는지 알겠어요. 발표도 잘 하고 태도도 너무 좋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학부모들의 인정해주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는 더 큰 희망을 안겨 준다.

지금 현재. 내 마음 속 한가운데 우리 학생들이 있고, 우리 학생들 속 한가운데 내가 있음을 확신하면서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교사로서 교육활동은 마침표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는 물음표와 느낌표를 남기면서 아름다운 꽃으로 성장해 나가는 학생들 옆에 내가 있다는 것을.

장항중앙초등학교 교사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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