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지역 핵처리 시설 30km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대전과 세종은 물론, 충남 공주와 논산, 계룡, 금산, 충북 청주와 옥천 모두 280만명이다. 대전지역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지난해 9월말 기준)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2만 671드럼, 한국원자력연료㈜엔 8397드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740드럼 등 총 2만 9808드럼에 달한다. 고준위(사용후 핵연료) 방사성폐기물이 무려 4223㎏에 달한다. 사진 자료는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연대' 가 제작한 홍보물로 2016년 10월 기준. |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특히 좁은 국토에 원전이 밀집돼 있다는 안전성 문제라는 상황이 많이 고려된 것이다.
대전도 주요 원자력시설이 포진하고 있어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수십여년간 정부의 안전대책과 지원대책에 소외되고 있다.
경주 등 타 지역과 달리 대전은 도심에 원자력시설(연구용 원자로)이 들어서 있다. 또한, 다량의 방사성폐기물을 장기간 저장 중이다. 대전에 보관된 중·저준위 방폐물은 이를 처리하는 방폐장이 위치한 경주보다 많고, 경주방폐장에도 없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대전이 원자력 안전문제에서 발전소 주변보다 더 위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전시는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 중이지만,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시민 불안 해소와 정부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라도 원자력 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안전과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편집자 주>
|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하나로 원자로의 재가동을 하루 앞둔 2017년 12월 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중성자 측정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순수 국내기술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일시 가동이 중단된 후 내진 보강공사 등을 거쳐 3년 5개월 만에 재가동된다. 중도일보 자료사진 |
▲대전 한복판에 방폐물 버젓이= 대전에는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은 총 7개에 달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해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수원중앙연구원 등의 사업자가 있다. 규제기관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대전원자력방재센터 등이 위치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1995년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HANARO)'가 설치돼 있다. 발전용원자로가 설치된 지역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원자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용도와 상관없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하나로는 주거밀집지역과 2㎞ 이내 입지해 있으며 과거 가장 낮은 단계지만 방사성물질 누출 우려가 있는 백색비상 사태도 발생됐다. 지난 2004년 이후 한국원자력연구원내에서 1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1월에는 가연성 폐기물소각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방폐물 무단폐기와 하나로 부실시공 의혹으로 2017년부터 1년간 시민검증단이 활동하는 등 시민이 안전과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이 쌓여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양이 대전에 보관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지난해 9월말 기준)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2만 671드럼, 한국원자력연료㈜엔 8397드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740드럼 등 총 2만 9808드럼에 달한다. 고준위(사용후 핵연료) 방사성폐기물이 무려 4223㎏에 달하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대형 참사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시설들 속에서 대전시민이 불안감에 떨고 있는 셈이다.
|
대전시는 지난해 4월 6일 오전 10시 세미나실에서 원자력 및 법률 전문가와 지역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지원법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은 대전시 |
▲규제와 지원 사각지대 놓인 대전= 원자력발전소 및 관계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법으로는 대표적으로 발전소주변지역법, 방폐물유치지역법이 있다. 발전소주변지역법은 발전원, 발전시설 용량 및 발전시설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지역을 선정토록 하며, 현행법은 전기수급을 위한 발전용도인 원자력발전소만을 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대전에 설치돼있는 하나로와 관계시설은 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방폐물유치지역법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유치지역이 지원 대상이며 해당 지역주민 복리·후생을 확충하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현행 방폐물유치지역법은 발전용 원자력시설을 중심으로 규율돼 있기 때문에 경주는 지원대상지역이지만 연구용·교육용 원자력 시설을 가진 대전은 배제돼 있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에 대한 대표적인 안전관리법제는 원자력안전법과 방사능방재대책법이다. 원자력안전법은 발전용원자로와 연구용·교육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운영규제를 달리 하고 있다. 연구용·교육용 원자로는 발전용원자로와 다르게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관리계획 포함), 운전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액체 및 기체상태의 방사성물질등의 배출계획서의 제출의무가 없다. 방사능방재대책법은 원자력시설에서 방사선비상 또는 방사능재난이 발생할 경우 실효성 있는 주민보호대책을 위해 수립하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설정대상에서 연구용·교육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제외한다. 대전 원자력 시설은 사고가 발생해도 주민 대피나 정보가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
대전시의회 원자력안전특별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원자력 연구·안전'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대전시의회 제공 |
▲대전만 불합리한 차별= 대전시가 원자력 시설 관련 규제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 중요하다. 대전시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발의 중인 지방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전지역에 보관돼 있는 방사성폐기물을 포함해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도록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현재는 행안부와 산업자원부, 기획재정부는 중·저준위 방폐물 포함 3개 분야(원자력·화력·시멘트) 개정안을 놓고 조율 중이다. 하지만, 산자부는 중·저준위 방폐물에 화력·시멘트 등 다른 분야가 포함된 것과 세금인상 등 국민 부담을 우려하며 의견을 미제출하고 있다. 여기에 부처협의 과정에서 고준위(사용후핵연료) 방폐물만 과세대상을 합의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 경우 대전시는 대부분 중·저준위를 보관하고 있어 지원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방폐물 지방세 부과의 목적은 기초자치단체의 원전 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 안전을 도모함이다. 또한, 사회적 비용 부과로 원전이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강화 시킬 수 있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전시가 한국법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사업 최종보고서를 보면 방폐물유치지역법에 따른 주변지역 지원기준은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 방사성폐기물 유치여부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 결코 방사성폐기물을 양산하는 시설의 용도에 있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법이 하나로 주변지역과 경주 방폐장 주변지역을 차별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입법체계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현 원자력안전법은 발전용 원자력시설에 치중한 안전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법제연구원은 원자력안전규제법제가 원자로의 용도, 즉 발전용인가 아니면 연구용·교육용인가에 따라 차별규제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해석했다. 원자력사고는 원자력시설이 발전용과 연구용인가에 따라 그 경중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원자력시설이 보유하고 있는 위험물과 시설, 사고발생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이런 현상을 도외시하고 있어 규제체계의 비정합성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전시는 우선 원자력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업무협의체 구성, 명예시민감시관제 도입, 각 분야 전문가·시민, 관계기관(단체)이참여하는 원자력안전협의회 운영, 원자력안전협약 체결 및 이행점검 등 시민이 보다 공감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시책을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