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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 이육사의 '청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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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6-11 10:32 수정 2019-06-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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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일제 강점기 항일 저항 시인 이육사가 그리워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고향 푸른 바다와 흰 돛단배. 일본의 식민지 시인의 고향은 맘 편히 갈 수 있는 곳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그립고 애잔할 것이다. 여름이 무르익어가는 칠월. 강렬한 태양 아래 잎사귀 밑에서 청포도는 영근다. 투명한 듯, 녹색의 청포도는 어쩌면 시인의 청결한 심성을 닮았을 거라 생각된다. 기약없는 조국의 암울한 미래에 그 시대의 지식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나날이 햇살이 뜨거워지고 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나무는 어제와 다르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무와 꽃과 과일을 보면서 미래로 나아간다. 내가 안주할 고향은 어디인가. 빨간 석류꽃과 무르익은 앵두 떨어지는 소리에 새끼 고양이가 눈을 번쩍 뜬다. 나른한 오후의 식탁에 청포도 한 송이 접시에 담아 앉는다. 포도 한 알을 입에 넣고 깨문다. 상큼함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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