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최저임금인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까?

  • 전국
  • 서산시

[기고문] 최저임금인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까?

김종신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 소장

  • 승인 2019-10-23 17:10
  • 신문게재 2019-10-24 17면
  • 임붕순 기자임붕순 기자
김종신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장 1
김종신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장
인간은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소득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너무 당연한 말처럼 느끼지만 어느 정도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소득인지에 대한 고민과 시각 차이가 존재하고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1조는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 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9년에 전년 대비 10.9% 인상시켜 시급 8,350원으로 결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올해 대비 240원 인상한 8,590원으로 올해 대비 2.87% 인상된 금액으로 결정하였다. 올해 적용할 최저임금액 결정이 발표되면서 사회에 많은 파장을 불러왔는데, 과연 최저임금 인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위해 소득 수준에 따라서 근로자를 분류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분류하여 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시급제 근로자인 경우 정해진 최저시급을 받고 복리후생비와 같은 다른 수당이 전혀 없다. 이런 근로자들이 사회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다. 다음으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으로 구성된 월급명세서가 나오는 월급근로자들을 중간 근로자라고 보고, 연봉이 4,000만원이 넘어가는 등 그 위의 근로자를 상위 근로자라고 본다면 연봉이 높은 상위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과는 무관한 계층이다.

최저임금의 변동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저소득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이 되어 더 행복할까? 이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사업주로부터 해고를 당하거나, 원래 2명 채용될 수 있었는데 1명만 채용되는 등 고용이 줄어들 수 있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가는 취약 계층이다.



그러면 중간 근로자는 어떠한가? 최저임금법이 만들어진 1986년 당시에는 임금항목이 단순했기 때문에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임금에는 기본급이 포함되고 상여금, 복리후생비는 제외되었다. 간단히 생각하면 기본급을 최저임금액과 비교해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되면 최저임금법 위반일 소지가 높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한국의 임금명세서를 한번쯤 받아본 월급근로자라면 알겠지만, 직책에 따른 직책수당, 자격수당, 가족수당, 휴가비 등 임금항목이 복잡해지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도 지급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상여금 비율이 예를 들어 600%에 육박하고 복리후생비를 별도로 받아도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되면 최저임금법에 위반된다고 판정되는 희한한 상황이 실제로 많이 존재했다. 최저임금의 원래 개념은 정부가 강제하는 최소한의 임금인데, 최저임금 인상이 똑같이 적용되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정규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원래의 최저임금의 개념에 부합시키려는 노력으로 최저임금법령이 개정되어 올해 처음으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에 관한 산입비율이 생겼다. 올해 기준으로는 상여금,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은 해당 연도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월 환산액의 25% 초과 부분,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현금성 복리후생비는 7% 초과 부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한다.

쉽게 생각하면 상여금은 매월 43만 6,287원을 초과하는 부분부터, 복리후생비는 12만 2,160원을 초과하는 부분부터 최저임금에 산입된다고 보면 된다. 이 산입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져서 2024년에는 매월 지급 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의 전액이 최저임금 계산 임금에 포함된다.

최저임금의 본래 목적을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하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정말 낮은 임금을 받던 근로자를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저임금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 실질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려서 해고 위험에 놓이거나 고용이 줄어드는 경제적 효과는 차치하고서라도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저소득 근로자라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끌어 올려놓은 제도로 보는 것이 올바른 이해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간근로자의 임금인상 수단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우리가 더 크게 고민할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좋은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며 그것이 최저임금법만 준수하는 일자리는 아닌 것이 분명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4.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5.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1. [사설] 소진공 이전 아닌 원도심 남는 방향 찾길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3.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4.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5.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부성1동 노인회, 봄맞이 환경정화 실시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