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살이-김재석 작가]ep4.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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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골살이-김재석 작가]ep4.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형 시

  • 승인 2019-12-10 15:0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詩골살이-김재석 작가]제4화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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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순창에 새롭게 문을 연 농부의 식당이 있다.

이름하여 '요일부엌 마슬'이다. 요일부엌은 각 요일마다 주방장이 바뀐다. 주방장보다는 요리하는 농부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마슬은 마을의 예스러운 말이다.

'귀농한 농부들이 차린 제철 마을밥상'



왠지 느낌이 오지 않는가!

'메뉴도 요일마다, 반찬도 그때그때 달라요' 하는…, 그런 자유분방함이!



나는 가끔 요일을 골라 점심을 먹으러 간다. 마치 요일을 고르는 것이 메뉴를 고르는 꼴이다. 화요일에는 '백발소녀의 쌀밥', 흰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드러낸 그녀는 아마 50대 초반으로 마음만은 소녀 못지않을 것이다. 밭에서 자란 제철식재료만 가지고 반찬을 만들고 유기농 쌀로 밥을 지어준다. 그녀의 블로거에는 "오늘은 밭에서 OO를 채취했어요. 이걸로 반찬 만들거에요."하고 가끔씩 올라온다. 수요일은 '니나의 밀밥'이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2천평 정도의 밭에 밀을 키운다. '우리밀' 밭이다. 수입밀은 이래저래 농약 논란이 많지만, 여기서는 유기농 우리밀로 만드는 천연발효빵을 안심하고 맛볼 수 있다. 그녀는 농담도 잘한다.

"내 밭이 가끔 밀밭인지 풀밭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호호호."

목요일은 '지선의 빵식탁'이다. 볼이 통통한 그녀는 아예 집에다 소규모 빵공방을 차렸다. 집에서 직접 천연발효방을 만든다. 아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밋밋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에 길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땅심을 살리는, 작은 농부들이 키운 작물로 밥을 짓고 빵을 만들겠습니다'라는 그녀들의 슬로건을 응원하러 나는 요일부엌 마슬에 들른다.



언제부터인가 공유경제란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한국은 '아나바다'운동이 그 효시쯤 될 것 같다. '아껴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의 줄임말이다. 공유경제도 요즘 들어서는 더 지능적으로 진화해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에어앤비', '타다', '우버택시' 등이 대표적이다. 요일부엌 마슬도 어떻게 보면 공유경제의 한 모습이다.

'부엌을 공유한다고나 할까.'

부엌이나 요리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다를 텐데 용케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 갔을 때 나는 그릇에 대해 투덜거린 적이 있다. 요리가 돋보이게 좀 더 모양있고, 깔끔했으면 했다. 그런데 마슬의 요리를 담는 그릇이나 음료 컵 등은 다 주변 지인들에게서 기증(공유?)받았다는 말을 듣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전율을 느꼈다. 그녀들이 '뼛속까지 시골형 인간이구나' 했다.

그렇다고 반대형이 겉만 번지르르한 이기적인 도시형 인간이란 뜻은 전혀 아니다.

단지, 세계는 지금 4차산업혁명을 맞아 AI(인공지능)나 휴먼형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고, 세계화란 미명하에 지역의 가치와 생태적 삶이 부정되고, 부의 양극화는 정말 극을 향해 달려가는데…. 결국 살아남는 포스트 휴먼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울리는 마당에 '아나바다'의 정신으로 이익을 나누고, 부엌을 공유하고, 자연주의와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한 연대감을 가진 그녀들은 과연 살아남을까?



답은 모른다. 하지만 왠지 잘 살아남을 것 같지 않은가!



학자들은 멸종의 빙하기를 넘어 호모 사피엔스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은 상징을 이해하고, 이타심으로 협동생활을 한데 있다고 한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새로운 책 <로컬의 미래>에서 글로벌 경제와 세계화가 가져온 지역의 피해를 상기시키며 문화와 생태적 가치를 지키는 <지역화>만이 인류가 나아갈 지속가능한 삶임을 강조한다.

내가 뼛속까지 시골형 인간인 그녀들을 응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 주역 괘로 점을 친다. 오백원 동전 한 개로 앞면을 양, 뒷면을 음으로 치고, 동전을 6번 던져 나오는 음양으로 주역 괘를 읽는다. 오늘 주역의 괘에 산지박 6효의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글을 읽었다.

'농부가 아무리 굶주려도 종자인 씨는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4차산업의 거대한 물결 속에 오직 물질적 이기주의만 넘쳐나고,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치마저 저버린다면 미래엔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만약 오늘의 우리 사회 모습에 실망했다면 내일의 참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어디에 한 표를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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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 한 정글당원의 SNS 포스터 (by 김재석)



오늘의 한국에 등을 돌리셨다고요

그 등을 누가 토닥토닥해주던가요



내일의 한국을 위해 정글당에 투표하세요

포스트 캐피탈리즘?

금수저와 흙수저의 양대 리그

로봇과 인간이 생존 경쟁하는 사회

NO!



색다른 정글이라고 해두죠

그 세계도 맹수야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맹수가 될 순 없잖아요

황제팽귄이 되는 거죠

바람막이 공동체경제를 만들어야죠.



벽으로 막혀있다고요

담쟁이가 되어 애써 그 벽을 넘고 싶나요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바보상자의 그 말을 지겹게 들었잖아요

두더지가 되는 거죠.

우리만의 리그, 자급자족 지하경제를 만들어야죠



그 정글에도

언어의 넝쿨이 뒤엉켜있죠.

가짜 말이 씨가 된거죠.

다른 말씨를 뿌려야 해요

바보상자의 말을 따라하지 마세요



그 정글의

밤하늘엔 별이 뜰 거예요

뭇별들이 내는 바람의 소리가 들리나요.

너와 나가 공명하는 소리

그 바람 길을 따라가세요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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