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평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

  • 사회/교육

[중도시평] 평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

정해황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장)

  • 승인 2020-02-18 16:22
  • 신문게재 2020-02-19 22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정해황
정해황 대전교총 회장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로마의 관광명소가 있다. 바로 '트레비분수'와 '진실의 입'이다.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트레비분수에서 등을 돌린 채 동전을 던져넣으면 로마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진실의 입'은 로마 한교회의 입구의 벽면에 걸려있는 대리석 가면이다. 이는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얼굴 조각상이다. 사람을 심문할 때 심문을 받는 사람의 손을 입안에 넣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릴 것을 서약하게 한 데서 '진실의 입'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여자관광객이 혼자 중얼거린다. "우리 집에도 남편을 위해서 '진실의 입'이 있어야 해". 혹자는 "아니야 '진실의 입'이 법원과 국회와 청와대에 있으면 좋겠어."라고 농으로 건넨다. 만약에 우리 집에 있으면 나는 두 손이 없었을 텐데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머금어 본다.

캐나다에는 1993년부터 세 번이나 총리에 임명된 자가 있다. 그가 바로 장 크레티앙이다. 그는 '시골 호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순수하고, 소탈한 성격이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19형제 가운데 열여덟째로 태어났다. 그는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먹고, 안면 근육 마비로 입이 비뚤어져 발음이 어눌했다. 그런 그가 신체장애를 딛고 세 번이나 총리에 임명되었다. 하지만 총리의 신체장애는 때론 정치만화가의 풍자가 되었고, 작은 사건도 크게 부풀려져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가 선거유세를 다닐 때 일이다. "여러분, 저는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가진 언어장애 때문에 제 생각과 의지를 전부 전하지 못할까 봐 고통스럽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제 말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저의 어눌한 발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저의 생각과 의지를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항상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항상 어눌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거짓말은 안 합니다." 그는 40여 년 동안 정치해 오면서 자신의 신체장애와 그로 인한 고통을 솔직히 시인함으로써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정직함과 성실함이 자신의 불리한 조건을 이겨낸 힘이었다. 우리는 그런 지도자를 언제쯤 기대해 볼까?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한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정직'을 꼽았다고 한다. 성공은 경제성보다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The Honest Truth About Dishonesty)'에서 인간은 일상에서 자잘한 부정행위를 얼마쯤은 저지르며 산다고 지적한다. 제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 해도 하얀 거짓말을 하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내용을 조금씩 부풀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신이 그런대로 착한 사람이라 믿으며 이 정도 속임수는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사람들은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이득을 얻는 동시에 자기 자신이 정직한 사람이라며 합리화하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오늘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근본적으로 착하다고 믿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착한 사람' 개념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적인 이미지와 이기적인 욕망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을 조절하듯 말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 정직하게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영국속담에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결혼을 하고, 한 달 동안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하여라.'는 말이 있다. 정직함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려주는 말이다. 그래서 언어 중의 최고는 정직한 언어이다. 사람의 가장 돋보이고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정직함이다. 정직한 삶은 개인과 가족, 그 외 나의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는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말하는 임마뉴엘 칸트의 명제를 이제라도 실천해 보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정해황(대전교총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2.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사설] 소진공 이전 아닌 원도심 남는 방향 찾길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3.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4.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5. [사설] 민주당 '상임위장 독식설', 또 독주하나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