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강 완벽(完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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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강 완벽(完璧)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3-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2강 완벽(完璧) : 흠 없이 온전한 둥근 구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완벽'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모자라거나 흠잡을 데 없이 완전함을 뜻한다. 이 단어는 원래 완벽귀조(完璧歸趙)라는 고사성어를 줄인 말로써 글자는 完(완전할 완,) 璧(둥근 옥 벽), 歸(돌아갈 귀), 趙(나라 조)로 이루어졌다. 이야기의 출전은 사마천(司馬遷)의 史記(사기), 廉頗, 藺相如 列傳(염파, 인상여 열전)에 기록되어 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우연히 초(楚)나라의 화씨벽옥(華氏壁玉)을 손에 넣었다.(화씨벽옥은 초(楚)나라의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발견한 중국 최고의 값진 옥)

이 사실을 알게 된 욕심 많은 진(秦)나라 소왕(昭王)이 진나라의 15개 성(城)과 화씨벽을 교환하자고 조나라에게 제안해 왔다. 조(趙)왕은 대장군 염파(廉頗) 등 여러 대신들과 상의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얻어 낼 수가 없었다.



이때 환자령(宦者令) 무현(繆賢)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인물로 자기의 집사(執事)인 인상여(藺相如)라는 사람을 추천했다. 왕은 인상여를 불러 물었다. "진왕(秦王)이 열다섯 성(城)을 가지고 과인의 벽옥(碧玉)과 바꾸자고 하는데, 주어야 하는가? 주지 말아야 하는가?" 인상여가 대답하길 "진나라는 강하고 조나라는 약합니다. 허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벽옥만 받아 넣고 성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나라가 성을 주는 조건으로 벽옥을 청했는데 조나라가 듣지 않으면 잘못은 조나라에 있게 됩니다. 그러나 조나라가 벽옥을 주었는데도 진나라가 성을 주지 않으면 잘못은 진나라에 있게 됩니다. 두 가지를 놓고 비교할 때, 저쪽 말을 들어 진나라에게 책임을 지우는 편이 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사신으로 적당한가?" 인상여가 "만약 적임자가 없다면 신(臣)이 벽옥을 받들고 사신으로 가겠습니다. 진왕이 성(城)을 조나라에 주면 벽옥을 진나라에 두고 오겠지만, 성을 주지 않으면 벽옥을 반드시 조나라로 온전히 가지고 오겠습니다."

조왕은 인상여에게 벽옥을 들려 서쪽 진나라로 보냈다. 진왕은 벽옥을 받아들고 크게 기뻐함은 물론 속으로 빼앗을 생각을 하면서 인상여에게 무례한 태도로 겁박하기도 했다.

욕심 많은 진왕이 성을 줄 마음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인상여는 벽옥에 흠이 있다고 속이고 흠 있는 곳을 가리켜 주겠다고 하여 벽옥을 돌려받았다. 벽옥을 돌려받은 인상여는 궁중 속 기둥에 의지하고 서서, 성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벽옥을 머리로 받아 깨뜨려 버리겠다고 위협하며 진왕의 무례하고 신의 없음을 꾸짖었다. 벽(璧)이란 납작하므로 기둥에 대고 머리로 강하게 박으면 깨어질 수도 있다.

물론 머리도 온전할 수가 없겠지만. 진왕은 도저히 벽옥을 강탈할 수 없음을 알고 인상여의 뜻에 따라 닷새 동안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최고의 예(禮)를 갖추어 대궐 뜰에 임시 제단을 장만하고 교환 의식을 행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도 인상여는 진왕이 결코 약속을 지킬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몰래 수행원을 시켜 벽옥을 조나라로 되돌려 보냈다.

삼일 후 진왕과의 약속 날짜가 되자 인상여는 진왕에게 사실을 말하고 죽음을 청했다. 진왕은 인상여에게 속은 것이 분하지만 인상여를 죽인다고 벽옥이 얻어질 리도 없고, 오히려 양국의 화친에 금만 갈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인상여를 후대한 후 조나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하여 인상여의 용기와 지혜로 벽옥은 온전한 상태로 조나라로 돌아왔고[완벽귀조(完璧歸趙)]뿐만 아니라 인상여까지 완전하게 조나라로 돌아왔다.[완인귀조(完人歸趙)]

인상여는 그 공으로 조나라 상대부(上大夫)벼슬에 임명되었다.

그 후 빌려온 물건을 결점 없이 온전하게 돌려보낼 때 완벽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일개 환관(宦官의 집사(執事)였던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부수면서까지 나라의 보물과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놀랍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던 신하가 있었기에 조나라는 '국가의 위상(國家의 位相)'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국(祖國)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교훈도 남겼다.

최근 우리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강한 군사력이나 자본력을 가지고 우리의 자존심과 국가위상을 조롱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의 힘으로 시장을 유린하고, 강한 군사력으로 위협하기도 하며, 너무나도 증거가 분명한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하면서 그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조롱과 무시로 일관하는 나라들도 있다.

'國必自伐而後外寇伐之 人必自?而後客邪?之'(국필자벌이후외구벌지 인필자장 이후 객사장지) 라는 월사선집에 있는 이정구선생의 말이 새롭다

곧 나라는 반드시 내부혼란이 있은 후에 외적의 침입이 있고,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먼저 무너진 후에 못된 기운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럴 때 일수록 온 국민이 대동단결(大同團結)하여 국가위기(國家危機)에 잘 대응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지혜로써 대처해야할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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