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은 휴일인 어제도 근무했다. 퇴근시간을 한 시간 남겨둔 즈음이었다. 아까 밖으로 나갔던 1층 로비의 안경원 사장님이 불렀다. “형님, 생선회 떠왔는데 소주 한 잔 하시죠.”
그러나 근무 중에 음주라는 건 내 사전에 없는 것이었다. “아닙니다. 두 분이서 많이 드세요.” 안경원 사장님과 그분의 친구는 한사코 술을 권했다. “음주근무하면 짤립니다!” “하여간 형님은 철저하시군요.” 그래서 회만 몇 점 얻어먹었다.
덕분에 퇴근해서는 저녁 생각도 잊었다. 모처럼 생선회를 먹은 까닭에 생선과 연관된 문자 메시지의 오타(誤打)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언젠가 딸이 제 엄마와 문자를 주고받기 하면서 나도 집에 있는지를 물었단다.
이에 아내가 답신을 보냈는데 ‘회사 가셨다’를 오타로 말미암아 그만 ‘회 사가셨다’ 로 적었다나. 이에 포복절도한 딸…… 이 얘길 듣고 나도 한바탕 웃지 않을 수 없었다. SNS 시대가 착근되면서 문자의 홍수인 시대다.
아울러 오타의 전성시대이기도 하다. 그럼 대표적(?) 문자 오타엔 무엇이 있을까. 먼저 ‘행복해라’를 잘못 쓰면 졸지에 ‘항복하라’가 된다. 하긴 뭐 부부가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자면 때론 항복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어 군대 ‘입영통지서’를 잘못 쓰면 ‘입양통지서’로 둔갑한다. 사찰에서의 ‘공양’을 ‘공약’으로 쓰는가 하면 ‘게임하니?’를 ‘게이바니?’로 써도 허탈하다. ‘가족적 분위기’를 ‘가축적 분위기’로 바꾸면 순식간에 동물농장이 된다.
식당 등지에서의 안내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라는 문구에서 ‘부’ 자(字) 하나만 빠뜨려도 금세 ‘드럽고’로 바뀐다. 드러운 육질? 그런 고기를 누가 먹는담! ‘수지침’을 잘못 기재하면 ‘수치심’이 되고 ‘소고기 김밥’을 잘못 적으면 ‘소거기 김밥’으로 둔갑하는 게 또한 오타의 묘미(?)다.
병원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대하세요’ 역시 ‘대기하세요’의 오타이다. ‘인감증명서’를 ‘인간증명서’로 보내도 실소가 나온다. 여행스케치는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라는 노래를 남겼다.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아기엄마가 되었다면서~ 밤하늘에 별빛을 닮은 너의 눈빛 수줍던 소녀로 널 기억하는데 ~ (후후) 그럼 넌 어떻게 지내고 있니 남편은 벌이가 괜찮니 ~ 자나 깨나 독신만 고집하던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갔을 줄이야 ~(어머나 세상에)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
맞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다.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고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불변하고 고착화된 가난 역시 억울하다. 세상이 미쳤거늘 어찌 맨 정신으로만 살 수 있으랴 싶어 술에 취하여 사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어쨌거나 오타는 때로 미학이 될 수도 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의 가사처럼 독신을 고집했던 아들이 어서 참한 규수의 손을 잡고 왔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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