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극복한 캄보디아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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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극복한 캄보디아 희망의 노래

[천년의 숨결 앙코르와트 가다 3]
이른 아침 활기 있는 씨엠립
프랑스 식민지, 주변국의 침략 우리역사 판박이
크메르루주의 상처 넘어 도약의 시간

  • 승인 2017-11-16 12:05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틈새여 (2)
이른 아침 캄보디아 씨엠립의 거리에서 구운 바나나와 감자를 팔고 있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아침은 바쁘게 오가는 오토바이로부터 시작하는 듯했다. 현지시간 6시 40분쯤 숙소를 빠져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해 2시간가량 틈새 여행을 했다. 캄보디아 도로는 중앙에 자동차가 주로 다니는 길을 두고 길 양쪽에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이 하나 더 있었다. 씨엠립 주민들은 혼자 또는 부부 그도 아니면 3~4명의 온 가족이 한 오토바이를 이용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기자단이 머문 씨엠립에서는 눈에 띄는 큰 공장을 보지 못했고 농장들만 보였기 때문에 이른 아침 오토바이 행렬은 농장에서 일하거나 작은 봉제공장에 일하러 가는 모습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틈새여행
씨엠립의 거리에서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도로 표지석이 보인다
초등생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학교 앞 노점에서 바게트 모양의 샌드위치를 사 먹는 모습을 보면서 캄보디아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음이 떠올랐다. 앙코르왕국이 멸망한 후 캄보디아는 주변국들의 침략을 받다가 1884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본토가 독일의 점령 받아 혼란한 때 일본이 캄보디아를 프랑스 식민지로부터 독립시켰는데 그때가 1945년이었다. 외세에 의한 독립은 얼마 가지 않았고,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캄보디아는 다시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으며, 프랑스가 베트남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패배하고 인도차이나에서 철수해서야 완전한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여행 전에 읽은 여러 책에서 캄보디아의 역사와 한반도의 역사를 비슷하다고 소개했는데, 이는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 그리고 독립을 이루는 과정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1967년에는 공산당의 무장봉기가 일어났고, 1970년 시아누크 국왕이 외국을 방문하는 사이 쿠데타가 일어나 론 놀(Lon Nol) 장군이 새 정부 수반이 되는 역사도 한국의 경험과 다르지 않다.



특히, 크메르루즈군이 베트남의 침공을 피해 태국 국격의 산악지역으로 후퇴했을 때는 베트남 지원으로 캄보디아에 캄푸치아 인민공화국이 수립됐고, 또 이를 견제하려 태국, 중국, 미국이 지원한 민주캄푸치아 연합정부가 만들어졌다는 역사에서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씨엠립 주민들의 아침식사는 역시 우리식 표현으로 쌀국수 또는 볶음밥 형태의 간편한 식사가 대세인 듯 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쇠고기 뼈로 국물을 낸 쌀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셨는데 식당에서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게 인상적이었다. 또 단출하게 나온 상추잎과 고추 모양의 채소가 상당히 싱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 내내 캄보디아 음식이 입맛에 잘 맞았는데 채소류의 맛과 싱싱함은 먹는 내내 감격을 느낄 정도였다. 여행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토질은 대부분 황토인데 농사짓기 적합하고 한국인이 이곳에서 직접 농사짓는 교포도 있다고 했다.

거리에서 구워 파는 바나나와 감자를 한 봉지 사고 이어 야자수까지 한 입 마시면서 캄보디아에 와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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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의 역사를 간진한 와트마이 사원의 유해비
이날 다시 숙소에서 여장을 정비해 일행과 견학을 떠나 첫 방문지가 작은 킬링필드라 불리는 와트마이 사원이었다. 거대한 관람시설이 아닌 작은 사원 앞에 크메르루주군의 희생자 유골을 모아놓은 게 전부였다. 하지만, 폴포트 정권 크레르루주의 잔악상을 느끼기에는 손색없었다.

목에 빨간 손수건을 둘러 '붉은 크메르'라는 의미의 크레르루주, 그리고 최고 권위자였던 폴 포트. 1975년 그가 정권을 잡았을 때 전직 고위관료들은 대부분 처형됐고, 사유재산과 이동의 자유가 박탈됐으며 화폐의 거래도 금지됐다. 그리고 도시의 일반 시민들은 농촌으로 보내져 노동에 의한 식량 증산에 동원됐고 불평분자는 즉결처분됐다. 과도한 노동과 기아 질병 그리고 정치 보복 속에 수많은 캄보디아 인들이 죽어갔다.

당시 희생된 캄보디아인이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대략 100만에서 1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캄보디아 현재 인구가 1500만 명 가량이고 당시 전체인구는 800만 명쯤으로 추산한다면 인구의 8분의 1이 희생된 것이다.

와트마이 사원에는 전시된 유골 옆에 킬링필드 당시의 상황을 사진과 글로 설명했는데, 폴 포트는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으며, 캄보디아에 돌아와서는 잠시 고등학교 선생님을 했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 공산당 활동을 시작해 무장투쟁을 통해 1975년 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군이 수도 프놈펜을 점령했다.

식량증산을 위해 농촌으로 끌려난 캄보디아인들은 하루에 12시간씩 노동을 하고도 식량이 없어 굶주림과 더위에 시달리다 죽어갔다. 또 크메르루주의 군인들은 15세 미만의 젊은 소년들이 많았는데 가난에 찌든 무산계급으로 총·칼을 잔인하게 휘둘렀다.

폴 포트는 1979년 베트남군이 프놈펜을 장악하면서 권좌에서 쫓겨나 서북부 밀림에서 19년 숨어지내다 1998년 4월 숨진 채 발견됐다. 지금껏 자살로 추정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jjU79PXQG8
<동영상>
함께 전시된 사진에는 수도 푸놈펜의 도시가 인적 없이 텅 빈 사진이 있는데 당시 프놈펜 도시 모습은 1970년대의 대한민국의 서울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5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킬링필드를 겪은 캄보디아와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은 확연히 달라져 있다. 폴 포트의 등장으로 캄보디아 역사시계는 100년을 뒷걸음질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대로 비옥한 땅과 너른 들판 그리고 자연자원을 가진 캄보디아는 앞으로 기대되는 세계 국가가 되리라는 기대도 갖게 됐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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