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2. 진시황이 맏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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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2. 진시황이 맏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했더라면

통치자의 이기심은 멸망의 암초

  • 승인 2017-12-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진시황
진시황
진시황(秦始皇)은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 왕조의 개국 황제다. 조(趙)나라 수도 허베이성 한단(邯鄲)에서 태어난 그의 이름은 정(政)이다. 장양왕(BC.281~BC.247)의 아들로 태어나 13세에 왕위를 계승하여 39세에 황제라 칭했다.

모두 37년간이나 재위한 그는 하지만 최후가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음의 차원을 넘어 참혹해도 너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거상 여불위의 아들로 알려진 그는 군웅할거의 동방 6국(한.위.조.제.초.연)을 멸망시키고 마침내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된 국가인 진(秦)나라를 탄생시켰다.

천하를 평정한 그는 자신의 공덕을 뽐내고 지고무상(至高無上)한 권위를 세우기 위해 '황제'라는 존칭을 만들어 그리 부르도록 했다. 아울러 스스로를 '시황제(始皇帝)'라 부르는 한편, 자신의 자손들은 대를 이어 2세, 3세…… 그러니까 만세에 이르도록 대대로 계승할 것을 선포했다.

한데 진시황은 자신의 우둔함과 생로병사를 의도적으로 방기(放棄)함으로서 그가 죽은 지 고작 3년 만에, 또한 통일된 지 겨우 15년 만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패착을 두기에 이른다. 진시황의 업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영토를 친척과 공신들에게 나눠주던 분봉제(分封制=중국에서, 천자가 땅을 나누어서 제후를 봉하던 일)를 폐지하고 군현제(郡縣制=전국을 군(郡)으로 가르고 이를 다시 현(縣)으로 갈라, 중앙 정부에서 지방관을 보내어 직접 다스리던 제도)로 대체했다.

중앙집권을 위해 삼공구경(三公九卿) 제도로 국가를 다스렸으며 민간에서 무기를 소장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전국의 도량형 제도를 통일했는가 하면 화폐 또한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했다.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의 축조는 지금도 중국관광의 대미이자 압권을 이룬다.

그러나 호화의 극치인 아방궁 건립과 분서갱유 따위의 과오는 지금껏 역시도 비판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는 단초다. 뿐만 아니라 평소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그는 영생불사의 명약을 구해올 수 있다는 '사기꾼들'에게 수만금이나 탕진하는 따위의 어리석음까지 불사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그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을 아끼지 않았다. 매일 대량의 문서를 직접 처리했는데, 정해 놓은 수량에 미치지 못하면 쉬지도 않았다는 게 이런 방증이다. 이러한 부지런함과 '성실'은 하지만 간신 조고(趙高)를 잘못 기용하고 맹신함에 따라 진나라를 결국 망국의 길로 이끈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진나라의 환관이었던 조고는 시황제를 따라 여행하던 중 시황제가 병사하자, 승상 이사(李斯)와 짜고 조서를 거짓으로 꾸민다. 이어 시황제의 맏아들이었던 부소(扶蘇)와 장군 몽염(蒙恬)을 자결하게 만들었다.

이 뿐 아니라 시황제의 우둔한 막내아들이었던 호해(胡奚)를 진나라의 2세 황제로 삼아 마음대로 조종했다. 머리에 든 것도 없고 그저 주지육림(酒池肉林)에만 눈이 팔렸던 호해는 얼씨구나 좋아라 하며 국정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틈을 노려 조고가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전횡을 누릴 수 있었음은 그로 말미암아 빚어진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가 그 증거다. 조고의 전횡은 사실 진시황의 생존 때부터였다. 진시황이 갑자기 죽었을 때 그의 직책은 부새령(符璽令)과 중거부령(中車府令)이었다.

이 직함은 황제의 옥새를 관리하고 궁중의 어차와 가마를 총지휘하는 것이었기에 당시에도 그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따라서 진시황의 유언대로 부소와 몽염 장군이 돌아오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또 다른 건국의 이미지 추측만으로도 자신의 축출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때문에 그는 유서를 위조까지 하는 편법을 동원하여 멍청이 호해를 진나라의 2대황제로 옹립했던 것이다. 간악하기 이를 데 없었던 조고는 진시황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되레 그도 함께 탄 어가(御駕)에 각종의 약품과 썩은 생선까지 동원하면서 진시황의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를 숨겼다.

그러면서 최상의 권력을 양분하자며 꼬드기고 이에 동의하며 희희낙락했던 협력자 이사마저 결국엔 모함을 동원하여 죽인다. 조고의 만행이 극에 달하자 전국의 여기저기서 천하의 군웅(群雄)이라 자처하는 이들이 왕후장상이 따로 있느냐며 반기를 들기에 이른다.

세상사 모든 것엔 인과응보(因果應報)가 뒤따르는 법이다. 모반이 잇따라 진나라의 형세가 위태롭게 되자 BC 209년에 조고는 2세 황제였던 호해마저 모살(謀殺)한다. 이어 부소의 아들이었던 자영(子?)을 옹립하여 '진왕'이라 부르게 했다.

은인자중하던 자영은 황제에 오르자마자 조고를 척살한다. 더불어 조고의 삼족마저 함양에서 처벌하여 백성들에게 본보기로 삼았다. 그렇지만 자영은 겨우 재위 46일 만에 유방(劉邦)에게 항복함으로써 진나라는 3대 15년 만에 멸망하기에 이른다.

이뿐 아니라 뒤이어 쳐들어온 항우(項羽)에게 잡혀서 죽었으니 살아서 그 모습을 보았다면 진시황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역사를 보면 조고가 척살(刺殺)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칼 따위로 사람을 찔러 죽임을 뜻한다.

그 즈음 진나라에는 육형(肉刑)이라는 형벌이 존재했다.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 육형 중에는 허리를 자르는 요참(腰斬)과 '사기'를 쓴 사마천이 당한 궁형(宮刑)이 있었다. 한쪽 다리를 자르는 월형(?刑)과 코를 베는 비형(鼻刑)도 있었다고 한다.

'비형'은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전리품으로 조선인들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냈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첨언하는데 당시 그러한 치욕을 당한 조선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무튼 희대의 간신이었던 조고의 만행을 떠올리자면 단순한 척살이 아닌 최소한 요참, 아니면 그보다 더한 신체 절단형, 예컨대 오마분시(五馬分屍)가 동원되었어야 마땅했지 않을까 싶다.

거열(車裂) 또는 환열(?裂)과 오우분시(五牛分屍) 또는 '오마분시'는 죄인의 사지와 머리를 말이나 소에 묶고 각 방향으로 달리게 하여 사지를 찢는 형벌이다. 흔히 난도질로 행을 집행하는 능지처참(陵遲處斬)과 혼동된다.

이 형벌 역시 능지처참과 같이 고대 중국에서부터 내려온 형벌이며 대역 죄인에게 집행되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능지처참은 능지처사(陵遲處死)라고도 하며, 대역죄나 패륜을 저지른 죄인 등에게 가해진 극형이다.

언덕을 천천히 오르내리듯 고통을 서서히 최대한으로 느끼면서 죽어가도록 하는 잔혹한 사형이다. 대개 팔다리와 어깨, 가슴 등을 잘라내고 마지막에 심장을 찌르고 목을 베어 죽였다.

또는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죄인을 기둥에 묶어 놓고 포를 뜨듯 살점을 베어내되, 한꺼번에 많이 베어내서 출혈과다로 죽지 않도록 조금씩 베어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형벌이었다고 한다.

본래는 수레에 팔다리와 목을 매달아 찢어 죽이는 거열형, 시신에 거열형을 가하는 육시(戮屍)와 차이가 있으나 혼용되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중국 원나라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고려 공민왕 때부터 이 형벌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이후 조선 초기에도 행해졌으며 특히 연산군, 광해군 때 많았다고 한다. 인조 때에는 엄격하게 금지하였으나 실제로는 폐지되지 않다가 1894년(고종 31)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사육신 등을 능지처참하고 효수(梟首)하여 3일 동안 백성들에게 공개하게 한 기록이 보인다.

조선 중기 광해군 때 지었다고 하는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도 모반죄로 능지처참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필멸(必滅)한다. 그럼에도 진시황은 이를 치지도외했다. 아님 의도적으로 방기(放棄)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랬기에 심지어 병마용갱까지 조성하였다. 그는 재위 기간 다섯 차례나 대규모 순방에 나서 명산과 경승지에 자신의 공을 새긴 기념비도 세우도록 했다. 이는 자신의 위업과 명성을 새삼 천하에 떨치고자 했음의 발단이다.

진시황의 과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고와 같은 간신은 진작 배척했어야 옳았다. 이어 생존 시 만약에 똑똑했던 자신의 맏아들 부소에게 권력을 순조로이 이양했더라면 진나라가 그처럼 빨리 망하진 않았으리라. 역사에 가정법(假定法)은 없다.

그렇긴 하되 역사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와도 같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서 개인의 이기심은 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고 공공의 이익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치자의 그릇된 이기심과 아집(我執)은 나라를 순식간에 멸망의 나락으로 이끄는 암초가 되기도 한다. 진시황은 자신의 생로병사 수순을 스스로 '방기'함에 따라 로마제국과 같은 천년역사의 지속까지를 덩달아 상실하고 말았다.

'권불십년'의 교훈을 깨닫고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에 진나라는 멸망한 것이다. 인간은 불과 한 치 앞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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