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가정의 달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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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가정의 달 불청객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 승인 2018-05-15 08:33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서장원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몰려있어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는 5월은 여름이 오기 전 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지역축제나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낮에는 강한 일사로 덥다고 느껴지기도 해서 여행의 목적지로 해변을 찾아가는 사람도 늘어가는 시기이다.

지난 2008년 5월 4일 충남 보령시 죽도에서는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여러 관광객들이 해변의 정취를 느끼고 있었다. 대체로 흐린 날씨였지만 바람도 약하고 파고도 높지 않아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고, 낮에는 낚시를 하거나 바다를 좀 더 가까이 보려고 갯바위로 나간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낮 12시 41분경 잔잔하던 바다에서 갑자기 높은 파도가 치솟으면서 해변의 갯바위에 있던 사람들을 휩쓸어버렸다. 갯바위에 있던 사람들은 대비할 틈도 없이 바다로 쓸려나갔고, 파도가 닿지 않은 갯바위 위쪽에 있던 사람들은 바다로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변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때마침 죽도 주변에 있던 어선과 레저보트가 구조에 나서 다수의 사람들을 구조했지만, 끝내 9명이 목숨을 잃었고, 15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해양 관련기관, 대학교, 연구소의 전문가들이 모여 사고를 일으킨 높은 파도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봤으나, '서해상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특이 장파가 해안에서 증폭된 것으로 추정'하였을 뿐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였다. 이에 필자를 비롯한 기상청 해양기상과에서 서해 연안에 관측장비를 설치하고, 이러한 '이상파랑'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사고 원인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해상에 저기압이 위치하면 해상의 수위를 상승시키는데, 기압이 주변보다 1hPa 낮으면 대략 1cm의 해수면이 상승한다. 서해먼바다에서 국지성 저기압이 발달하여 우리나라쪽으로 이동할 때, 그 저기압으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저기압과 상승한 해수면의 이동속도가 비슷하면 대기와 서해바다 사이의 공진으로 해수면이 해파의 형태로 점차 상승하며 이동한다. 이렇게 상승한 해파가 해안가에서는 급격하게 높은 파고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나타나는 국지성 저기압은 시간당 약 3hPa의 변동을 나타내고 수심 40~50m의 서해바다라는 자연조건에 맞추어 국지성 저기압과 해파의 이동속도가 약 70~80km/h(22m/s)일 때 '이상파랑'이 발생한다. 비단 2008년 죽도뿐만 아니라 봄철인 3~5월에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종종 발생하고, 일본 규슈와 유럽 크로아티아와 스페인에서도 나타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상파랑'이라는 명칭을 '기상해일(Meteotsunami)'로 바꾸게 되었다.



'기상해일'은 앞서 언급한 저기압의 변동으로 그 발생여부를 파악 하는데, 서해의 여러 섬과 해안에 위치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Automatic Weather System)에서 실시간으로 기압의 변화를 감시하고 있다. 3hPa의 기압변화가 감지되면, 실제 저기압의 이동방향을 예상하여 기상해일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고, 그 내용을 해양경찰청을 비롯한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담당자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달하여 '기상해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보령 죽도인근 해역에서는 1980년대 고려청자가 출토되기도 하였다. 고려시대 청자를 싣고 가던 선박이 난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배가 뒤집어질 정도로 높은 파고의 '기상해일'이 발생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자연환경이 2008년 죽도에서의 사고를 불러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후 죽도에서 '기상해일'로 발생한 큰 사고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철저한 감시와 신속한 정보 제공을 통해 두 번 다시 2008년과 같은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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