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올라야 할 자유한국당이지만 집도할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당의 주류였던 친박계와 친홍계는 청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초·재선 등 소장파는 당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종섭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의 중진 의원 정계 은퇴 주장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외부 인사들은 참신함이 떨어져 당을 쇄신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회의실에는 위공무사(爲公無私·사사로움을 버리고 공을 위한다)가 씌어진 액자가 있다. 그러나 당이 몰락한 상황에서도 공을 위한다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원들이 몇 명은 나와야 하지만 그런 소식은 없다. 당권을 놓고 계파 간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리만 들린다. 홍준표 전 대표의 “가장 후회되는 것이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라는 ‘마지막 막말’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당의 활로는 먼 데 있지 않다. 소속 의원들이 지역구를 돌며 민심이 왜 떠났는지 경청해야 한다. 야당의 선거 참패는 ‘대안 없이 국정운영의 발목잡기만 몰두한 데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온 상황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바닥까지 추락한 당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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