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논설실장 |
무상의 문제뿐 아니다. 선거 후로 유보된 전교조 전임자 휴직 인정은 서울, 부산, 전남에서 진보가 '생환'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유·초·중등교육 권한을 둘러싼 마찰이 본격화하거나 진보 성향이라 해도 서울시교육청 사례처럼 '디테일'에서 교육부와 맞부딪히기도 한다. 교육계에는 또한 외고·자사고 문제 등 여러 갈래로 희비가 엇갈린다.
대입 개편 등 개점휴업이던 주요 정책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교육부가 현장 교육 지원기구로 남는 조치라든지 국가교육회의의 사회적 합의 도출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정권 따라 춤추는 정책을 마감하려면 교육이 정치 등 하부 체계를 막는 독립성도 지녀야 한다. 물리적으로 그 조건에 다가섰지만 인천 도성훈, 세종 최교진, 충남 김지철, 충북 김병우, 광주 장휘국 등 진보 출신 14명 중 10명의 전교조 위원장과 지부장 간부 이력은 진보 대 보수 도그마에 빠지기에도 쉬운 요소다.
제일 바꾸기 어려운 속성은 입시와 취업에 매몰돼 비판적 사고나 창의성, 협업능력에 취약한 우리 교육 구조다. 진보 교육감 득세에도 현실은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 그 이상이다. "부모들은 자식 공부시키는 데 아주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부모들은 자기 아들이 과거에 합격했다는 사실 하나로 만족하며 희생한 보람을 느낍니다." 얼핏 보면 하멜 표류기가 그린 17세기 조선의 교육 풍경과 흡사하고 자세히 보면 조선시대 유산과 일제 신식교육 잔재에 현대식 교육제도가 가미돼 있다. 학교는 학교괴담의 무대이며 공부 잘해야 출세하는 민간신앙의 성지처럼 됐다. 용이 나올 개천은 바싹 말랐는데 '흙성 탈출'을 꿈꾸는 청춘은 2억 얼마인가 한다는 부도수표 졸업장을 쥐고 신음한다. 정책 혼선이나 진영 논리에 휘말릴 여유 따위는 없다.
알고도 내걸었을 교육감 권한 외 공약들은 이미 부각됐다.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절, 절대평가 방식의 수능은 대학의 자율 결정 사항이거나 교육부의 권한이다. 교직원 증원도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그렇지만 교육감으로서 합당한 노력을 기울일 부분이 많다. 지금 가장 큰 외형 변화는 진보(울산시교육감) 1명 추가지만 선거 내용에 담긴 국민적 바람은 이것을 초월한다. 정당 공천은 아니나 진보가 휩쓴 구도에서 집권당과 교육부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진영 따지거나 가리지 말고 새 교육감들과 함께 '무상'을 넘어 교육다운 교육을 꼭 구현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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