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사랑한다면 증명해봐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사랑한다면 증명해봐

  • 승인 2018-10-10 08:47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트럼프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 웃음이 쿡 나왔다. 세계 제 1의 강대국 대통령이 사랑 타령이라니. 갑자기 낭만적 노스탤지어에 빠지기라도 한 건가. 트럼프는 "나는 (김정은에게) 무척 거칠었고, 그도 그랬다. 우리는 그렇게 (언쟁을) 주고받았다"며 "그런 뒤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증명이라도 하듯 김정은이 보낸 친서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사랑의 연서라고 했다. 삶에서 사랑만큼 천둥처럼 다가오는 것은 없으리라. 운명적 만남에 대한 미신적 갈망을 채워주는 영역에 기꺼이 몸을 던지길 주저하지 않는 게 사랑 아니냔 말이다. 사랑은 정치적이기도 하다. 거래는 암흑가의 보스들만이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의 강자가 되기 위한 밀고 당기는 게임에 능수능란해야 한다. 유치하고 졸렬한 전쟁. 그게 사랑의 본질이다.

"순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리도 좋았더냐?" 이 철지난 구닥다리 대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사랑의 외피는 환상이고 속임수에 불과하다. 경성 모던보이 백석을 능가하는 핸섬가이 이수일과 매혹적인 미모의 심순애. 청춘남녀의 두근거림, 달콤한 밀어, 장밋빛 미래는 언제까지 일까. 사랑이냐, 돈이냐. 순수한 청년 이수일을 사랑하는 심순애는 결정을 해야 한다. 사랑 이상을 원하는 심순애에게 이수일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자본주의적 욕망이 꿈틀거리는 순애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를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다. "순애, 나는 너를 사랑해. 제발 나를 사랑해다오." 이수일의 절규가 공허하게 메아리친다. 아, 지질하고 빈약한 사랑의 언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상처받지 않는 안전한 사랑도 있을까. 보상받지 못하는 일방적인 사랑에 빠지는 것도 어쩌면 불가피한 운명이라고도 하겠다. 핏빛과 장밋빛이 난무하는 전쟁같은 사랑만이 사랑이 아닌 것이다. 다만 갈증과 덧없음에 몸부림칠 뿐이다. 그 쓰린 추억을 어떻게 잊을까. 가질 수 없는 뜬구름 같은 열병. 커피광고 속의 우아한 여성모델에 대한 질투심으로 괴로워했다. 모든 여자가 경쟁상대로 여겨졌다. 그 모델이 아름다운 눈, 매력적인 미소로 그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가슴이 송곳에 찔린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가 나 같은 건 눈곱만큼도 생각 안할 게 뻔한데 말이다. 차라리 그에게 모욕이라도 당하는 게 낫겠다고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꼬마 로켓맨', '늙다리', '전쟁 미치광이', '병든 강아지'.

스탕달은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라고 했다. 진정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흠이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 완벽함은 곧 싫증을 느끼게 된다. 상상력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 시시하다. 말폭탄을 주고 받다 한번 만나고 나서 사랑하는 사이라고 만천하에 공표한 연인의 변덕이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연애의 법칙을 생각하면 뭐 그럴 수도 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중무장된 트럼프는 타고난 승부사다. 그는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라고 호기를 부렸다. 그래서 연애 고수들의 피 튀기는 게임은 드라마틱했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중매쟁이는 가슴을 졸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느덧 스산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가슴이 시려온다. 사랑이 무르익기 직전이다.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기만 하면 그들의 관계는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그래야 영 못미더워하는 사람들의 의혹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 연인이 깨지길 바라는 얄미운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 보란 듯이 서로의 진실한 마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밀당도 웬만큼 했지 않나.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산 넘고 물 건너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쪽박나면 얼마나 허무하냔 말이다. 가뭄과 태풍과 폭염을 견뎌냈으니 이제 달콤한 열매를 따야 하지 않겠는가.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다.<미디어부 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산 탑정호, 500실 규모 콘도미니엄 현실화 '청신호'
  2. [총선리포트] 양승조·강승규, 선거유세 첫날 '예산역전시장' 격돌한다
  3. 한 총리, '의료 현장' 수습 총력… 충남대병원과 간담회
  4. KAIST 물리학과 채동주 씨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할 수 있는 세상, 가장 쉽고 빠른 방법 투표"
  5. 내년 폐쇄 들어가는데…충남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어디로?
  1. 에너지연 신동지구에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 준공
  2. [중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4·10 총선 지역밀착형 기사 발굴 호평… 웹 접근 편의성 강화 필요성 지적도
  3. [대전 다문화]대전시가족센터서 ‘다문화 어린이 학습지원 사업 설명회’
  4. 美 프레스비테리안 대학 넬슨교수 한남대 총장 예방
  5. [대전 다문화]대덕구 여성단체협의회, ‘전통 장 담그기’ 개최

헤드라인 뉴스


[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대전유성호텔이 이달 말 운영을 마치고 오랜 휴면기에 돌입한다. 1966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유성호텔은 식도락가에게는 고급 뷔페식당으로, 지금의 중년에게는 가수 조용필이 무대에 오르던 클럽으로 그리고 온천수 야외풀장에서 놀며 멀리 계룡산을 바라보던 동심을 기억하는 이도 있다. 유성호텔의 영업종료를 계기로 유성온천에 대한 재발견과 보존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유성온천의 역사를 어디에서 발원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온천지구 고유성 사라진 유성 대전 유성 온천지구는 고밀도 도시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 평균 재산은 13억 5000여만원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 평균 재산은 13억 5000여만원

대전시장 등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의 평균 신고 재산은 13억 4822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전시는 2024년도 정기 재산 공개 대상자 97명에 대한 재산 변동 내역을 28일 관보 및 공보에 공개했다. 이 중 정부 공개 대상자는 29명, 대전시 공개 대상자는 68명이다. 재산이 증가한 공직자는 62명, 감소한 공직자는 35명으로 분석됐다. 재산 총액 기준 재산 공개 대상자의 71.1%(69명)가 10억 원 미만의 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재산변동 사항을 보면 재산증가액 5000만 원 미만이 31.9%(3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진격의 한화이글스… 안방 첫 경기 승리 기대
진격의 한화이글스… 안방 첫 경기 승리 기대

한화이글스가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면서 29일 예정된 대전 홈 개막전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돌아온 괴물' 류현진이 안방에서 팬들에게 화끈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올 시즌 첫 개막전에서 LG트윈스에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27일까지 3경기 연속 연승가도를 달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탄탄해진 선발진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선발부터 흔들리며 이기던 경기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한화이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입증하고 있다. 펠릭스 페냐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 ‘우중 선거운동’ ‘우중 선거운동’

  • 대전과 세종에서 합동 출정식 갖는 충청지역 후보들 대전과 세종에서 합동 출정식 갖는 충청지역 후보들